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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일자리 '양'만 늘고 '질'은 나빠졌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고용지표는 전혀 다르다. 왜 이런 간극이 생기는 걸까?

우선 청년 일자리는 줄고 노인 일자리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50대와 60대 취업자 수는 각각 30만명, 19만2000명이 늘었다. 반면 2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과 똑같았고(증가 폭 0), 30대 취업자 수는 6만6000명 줄었다. 청년층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마저 떨어지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전체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일을 할 의사가 있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10월 말 현재, 3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4.7%로 1년 전(75.1%)보다 0.4% 포인트 내려갔다.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감소했다. 1년 전에는 30대 가운데 606만8000명이 일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올 10월에는 597만1000명으로 줄었다. 취업이 잘 안되자, 취업 의사마저 접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통계청 고용 동향 조사에서 '아프지 않은데도 가사ㆍ학업ㆍ취업준비 등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이 150만명에 달했다. 1년 전보다 12만4000명 늘었다. 이 중 30대 이하 비율이 31.4%(47만1000명)에 이른다. 건강한 젊은이 47만1000명이 그냥 놀고 있는 것이다. 이는 1년 전 43만9000명보다 3만2000명 늘어난 수치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찬영 연구원은 "고용 지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젊은이들이 취업 의사를 계속 잃어가는 현상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5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년 사이 73.9%에서 74.3%로 늘었고,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6.1% 증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취업 시장에 신규 진입한 사람의 49.9%는 50대 이상이었다. 원래 일을 하지 않다 새로 일을 시작한 사람 2명 중 1명은 50대 이상이란 뜻이다.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점은 취업자의 '근로시간'을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1년간 증가한 일자리 50만1000개 중 일주일에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일자리가 24만 3000개에 달했다. 주 36시간 미만 일자리는 대개 임시직, 비정규직 일자리다. 이 일자리는 1년 전보다 8.5% 증가해 36시간 이상 취업자 증가율(1.1%)을 훨씬 웃돌았다.

또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는 줄고(1년 전에 비해 5만5000명 감소),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 업종 취업자가 급증(49만명 증가)한 점도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글로벌 경기 위축 여파가 국내 제조업 경기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비스업 취업자의 증가는 중장년층, 주부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유연 기자 py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