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joins.com/article/24007474
그물망 쓰고 꿀 따러 다닌다, 반도체 회사 때려치운 이 남자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사라진다!”
반도체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이재승(34)씨는 2016년 아버지의 양봉업을 물려받기 위해 고향에 돌아왔다. 매일
아침 8시면 사무실로 출근하던 직장인에서 꿀벌을 키우고, 벌꿀을
생산하는 양봉업자가 된 지 어느덧 5년 차다. 봄이 오면
아카시아 꽃이 피는 길을 따라 꿀벌과 함께 전라도에서 경상도, 강원도로 이동한다. 이렇게 아버지와 단둘이서 1년 동안 벌꿀 1만2000㎏, 꿀벌 화분 300~500㎏을 생산한다.
왜 도시를 떠났나?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양봉업을 접해왔다. 성인이 된 이후로 어느 순간 부모님께서 투자해 일궈온 영농 기술과 경험, 노하우를
누군가는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귀농을 결심했다.”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
“물론 부모님은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직장 생활을 하길 원하셨다. 양봉업을 시작한 뒤로 계절마다 수입은 들쭉날쭉해도 예전보다 못하진 않다.”
누구나 양봉업을 시작할 수 있나.
“양봉업은 다른 농업에 비해 초기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노하우를 쌓으려면
최소한 1년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일단 계절별로 해야 할 일이 다르다. 입춘을 기준으로 4월 중순 꿀벌 화분을 수확하고, 5월부터 아카시아 꽃 꿀을 뜨기 시작해 7월 초 밤꿀을 수확한다. 이때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이 1년의 수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
두 달을 위해 나머지 열달 동안 벌을 키우고 관리하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
이동식 양봉업은 무엇인가.
“꿀벌은 날씨·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양봉업자는 대부분 전국 지역마다 거점을 두고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식으로 일한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꿀벌은 겨울나기를 위해 상대적으로
날씨가 따뜻한 전남 고흥에 머물고 있다. 봄이 오면 꽃이 피는 지역 순서대로 경상도·경기도·강원도 등으로 이동하며 꿀을 생산한다.”
이상기후 때문에 꿀벌 키우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데.
“그렇다. 실제로 꿀벌은
멸종 위기다. 그래서 건물 옥상이나 텃밭을 활용해 도시 양봉장을 꾸려 주변에서 꿀벌이 사라지지 않도록
힘쓰는 분들도 있다. 인류가 섭취하는 채소·과일의 80~90%는 꿀벌의 수분(受粉) 활동으로
성장한다. 이 때문에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에서 멸종한다면 인간도 4년 안에 사라지게 될 거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양봉업은 지구 생태계를
위해 지켜야 하는 산업이다.”
<중앙일보> 배정원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