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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빼앗긴 봄, 나물로 맛도 건강도 찾아볼까

봄, 더구나 코로나에 빼앗긴 봄에 나물만 한 음식이 있을까. 봄나물은 예전부터 몸이 나른하고 입맛 없고 의욕을 상실하는 이른바 ‘춘곤증’에 특효약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코로나를 이겨내려면 면역력이 강해야 하는데, 봄나물에는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성분도 잔뜩 들었단다. 이래저래 나물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나물이 우리 식탁에서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조리하기 번거롭고 어렵기 때문이다. 노련한 주부들조차 “나물은 손도 대기 싫다”고 한다. 손질하기 번거로운 데다 제대로 맛내기는 더욱더 까다롭다. 한식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손맛’의 최정점에 있는 음식이 바로 나물이다.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한 한 식품기업은 2년 전 ‘봄나물 연구 발표회’를 열었다. 요리사와 영양학자, 식품공학자, 인문학자 30명으로 구성된 우리맛연구팀이 나물의 맛과 영양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쉽게 손질하는 ‘꿀팁’을 대량 방출했다.

우선 나물 다듬기. 쿠킹포일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구긴 쿠킹포일로 나물을 문지르면 뿌리와 잔털, 잎과 줄기 사이 손이 잘 닿지 않는 부분에 낀 이물질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데칠 때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면 편리하고 빠르다. 씻고 손질한 나물(100g)을 물(50g)과 함께 그릇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넣고 5분 돌린 뒤 상온에서 식힌다. 단 쓴맛이 강한 나물은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경우 쓴맛이 빠지지 않으니 적합하지 않다.

프라이팬을 사용한다. 프라이팬에 데칠 땐 나물 1팩(200g)에 생수 페트병 하나(2L)가 적당하다.

나물마다 다르지만, 물이 팔팔 끓을 때 넣고 평균 2분이면 알맞게 데쳐진다고 한다. 데친 나물은 흐르는 물에 30초 식힌다. 열을 빼야 나물의 색감과 풍미가 살아난다. 얼음물은 너무 차갑다. 급속한 온도변화가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물을 무조건 마늘과 파에 무치는 건 자제한다. 마늘과 파의 강한 맛과 향이 나물 고유의 풍미를 가린다. 나물 자체의 맛을 보고 나서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연두 등 어울리는 장류를 선택한다. ‘나물은 손맛’이라고 무조건 세게 무치는 건 금물이다.

생채는 박박 무치면 조직이 파괴되면서 풋내가 발생할 수 있다. 젓가락을 이용해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도록 가볍게 무친다. 숙채는 양념이 나물 조직에 충분히 배도록 손끝으로 강하게 버무린다.

나물을 데쳐서 무쳐 먹지만 말고 볶거나 구워보자. 연구팀은 볶기·굽기·갈기·절이기 등을 두루 실험했고, 이를 통해 찾아낸 맛은 놀라웠다. 냉이를 볶으니 오징어 등 해산물 맛이 올라왔다. 봄동을 볶거나 구우면 해조류의 감칠맛과 견과류의 고소함이 드러났다. 두릅을 볶으니 고기 감칠맛이 났다. 참취(취나물)를 갈거나 절이면 아오리 사과향이, 곰취를 갈거나 빻으면 박하·멜론·풋사과향이 풍긴다.

올 봄에는 여기 소개한 방법들로 봄나물을 더욱 새롭고 맛있고 다양하게 즐겨 보시길 권한다.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