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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흉년 안정 수익 유동성 갖춘 채권이 뜬다

올해 초만 해도 투자자는 채권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좀 달라졌다. 3대 투자자산인 주식과 예금·부동산이 올해 ‘마이너스’ 수익을 내며 체면을 구겼으나 채권만큼은 상대적으로 선방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 등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 속에서도 안정성과 ‘금리+α’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채권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증권사도 채권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다음 달까지 판매되는 산업금융채권의 인기몰이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KDB대우증권이 팔기 시작한 지 13일 만에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이 채권에 몰렸다. 다른 금융채보다 0.4%포인트 높은 연평균 4.33%의 수익률을 제시한 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1일부터 연 4~4.2%(세전) 확정금리를 주는 우량채권 850억원 어치를 판매한다. 투자기간은 3~8개월로 AAA등급 공사채와 절세 효과가 있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국채와 지역채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회사채 시장에도 슬슬 온기가 돈다.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회사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다.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최근 발행된 STX조선해양의 채권은 보름 만에 300억원 어치가 다 팔렸다. 만기 1년6개월에 연 6.7% 금리를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만기 1년~1년6개월에 연 7% 수준인 두산건설과 한라건설 등 건설사 채권도 수백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올해 회사채 발행 규모도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21일까지 회사채 발행 규모는 64조9955억원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와 시중에 넘쳐나는 돈이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를 반영한 결합형 상품도 등장했다. 동양종금증권의 ‘동양 본드폴리오’는 만기와 채권 등급을 분산 투자한다. ‘AAA’부터 ‘BBB0’ 등급 채권까지 다양한 등급의 채권을 편입해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으로는 안정성을, 낮은 신용등급 채권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도록 해 3년 만기 기준으로 은행예금 환산 금리가 5.5% 이상 되도록 설계했다. 편입 채권의 만기를 다르게 해 6개월마다 원금을 만기상환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채권은 은행 적금 등과 달리 만기가 남았더라도 자유롭게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 만기 전에 해약하면 약정 이율을 다 받을 수 없는 은행 적금과 달리 보유 기간 동안의 이자와 매매차익 등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채권에 투자할 때는 신용등급을 잘 살펴야 한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금리는 높지만 회사에 문제가 생겨 돈을 떼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자 지급 방식도 따져야 한다. 정기적으로 이자를 주는지(이표채), 만기에 한꺼번에 주는지(복리채) 등을 확인해 투자 목적에 따라 고르는 것이 좋다.

하현옥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