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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지갑…생필품 위주 구매

명품·패션 소비`뚝↓` 송년회 예약도 한파

◆ 실물경기 긴급진단 ◆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고 있다.

씀씀이를 줄이면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패션ㆍ가전ㆍ잡화 등에 대한 구매를 줄이고 생필품 위주로 돈을 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백화점 등에서는 명품ㆍ잡화 류의 판매 증가 둔화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길게 송년세일을 진행했는데도 매출증가율은 작년에 크게 못 미쳤다.

전통시장에서도 저가 제품을 찾는 손님이 늘고 있으며, 작년 같으면 송년회로 북적거렸을 음식점은 예약률이 떨어지고 저렴한 실속 메뉴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백화점들은 올해 송년세일 기간을 예년의 10일에서 17일로 늘려 지난주 말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세일 기간을 늘렸는데도 매출신장률은 기대에 못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기존점(신규 점포 제외)의 송년세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송년세일 때 기록한 16.6%의 신장률보다 낮은 수치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송년세일 당시 2009년 대비 20%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작년 대비 1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롯데백화점(기존점)의 송년세일 매출은 지난해 대비 11.2% 증가해 작년(11.6%)에 소폭 못 미쳤다. 세일 기간을 늘린 것을 감안하면 백화점의 실질매출 증가율은 답보인 셈이다.

주요 소비패턴도 당장 필요하지 않은 패션ㆍ가전제품 대신 생필품 위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이마트의 매출신장률(기준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로 연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한 달간 가전제품 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줄었다. 양문형 냉장고나 대형 TV 등 고가 전자제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9.9% 감소했다. 반면 가격대가 낮은 소형가전 류 매출은 오히려 10.1% 증가했다.

패션 부문도 최근 한 달간 매출이 지난해 대비 2.2% 감소했다. 가격대가 높은 겨울점퍼ㆍ외투 등 매출은 지난해보다 줄고 속옷 등 생필품 류는 3.8%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가격변수 등이 있었던 시점을 제외하고는 예년 대비 낮은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등 전통시장 분위기도 썰렁하다. 매년 이맘때 연말 특수를 누리던 겨울 아동복 시장도 올해는 매출이 예년만 못하다. 남대문시장 상인 박희태 씨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 차윤탁 기자 / 채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