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1/12/28/6640035.html

난치병 27세 청년, 빈손으로 6년 만에 2억

제 이름은 박기덕입니다. 노점상으로 시작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며 번 돈을 주식 투자로 불려 6년 만에 2억 원을 모았지요. 억대 연봉자 넘친다지만, 고졸 20대에겐 꿈같은 얘기 아니겠소. 지금부터 제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까?

강원도 철원에서 군 복무 중이던 2006년 3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강직성척추염’. 매일 두 차례 약을 먹고, 일주일에 한 번 피멍이 들 정도로 아픈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치료비만 월 100만원.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그 무렵이었죠. 전문대를 그만두고 뛰어든 건 파인애플·군밤 노점상. 할 줄 아는 게 없던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넉살을 무기 삼아 물건 파는 것이었습니다.

월수입 350만원을 찍을 때쯤, 신문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월 1000만원 버는 보험 콜센터 상담원’ 이야기였지요. 영업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새는 돈이 많을 것 같았는데 콜센터가 딱이다 싶었습니다.

2007년 10월. 한 생명보험사 콜센터에 이력서를 집어넣고 면접 날 상경했습니다. 머리는 빡빡 깎았고 트레이닝복 차림인 데다, 고졸이니 무시 받기 딱 좋았지요. 아무리 노점상을 열심히 했다고 해도 시시껄렁한 놈 취급을 하더군요. 그래서 말했죠. “충북 제천 중앙로에서 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속는 셈치고 전화 한 번 해 보시죠.”

면접관이 그 자리에서 114를 눌러 제천 중앙로에 사는 아무 사람이나 연결해달라고 부탁하곤 “노점상 하던 ‘빡빡머리’ 청년을 아느냐”고 물었지요. 다행히 전화 건너편에선 “아주 열심히 일하는 청년이다”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과는 합격이었죠.

일은 적성에 맞았습니다. 2009년 5월 다산콜센터로 옮기기 전까지 100명의 상담원 중 실적이 3등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하루 네 시간씩 직원들보다 더 일한 덕분이죠. 성과가 좋아 월 400만원은 꾸준히 벌었습니다.

아끼는 건 그때부터 시작했습니다. 고시원에서 살며 100원 단위로 휴대전화 가계부를 관리했죠. 점심·저녁은 무조건 한 끼 2000원짜리 회사 식당에서 해결했죠. 일회용 컵을 가져가면 50원을 환불해 주는 가게가 있었는데, 길에서 컵을 주워다가 몇 천원씩 환불 받곤 했을 정도니까 말 다했지요. 이것저것 해도 한 달 생활비는 20만원을 안 넘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아끼기만 한 건 아닙니다. 월급 한 푼 쓰지 않고 꼬박 10년은 모아야 서울에 집 한 채 간신히 구할 수 있다는 요즘 세상에, 아끼기만 해서 어느 세월에 2억 원을 모으겠습니까. 노점상 시절부터 시작한 주식 투자는 틈날 때마다 했습니다. 매달 꼬박 20만원을 들여 주식 투자 책을 샀습니다. 올 2월엔 학점은행을 통해 대학도 졸업했지요.

연평균 수익률은 10%. 주식 투자로 쏠쏠하게 돈을 벌었습니다. 내 꿈은 서민을 위해 컨설팅하는 재테크 전문가입니다. 아낄 땐 아끼고, 잘 굴릴 줄도 알아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 이걸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글=김기환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