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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3요소? 받아들이라, 관찰하라, 적용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Red Queen)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라고 소리쳤습니다. 또 빨리 가고 싶으면 그것보다 더 빨리 뛰라고 했지요. 요즘 기업들에 좋지 않은 소식을 하나 말씀 드립니다. 현대사회는 창의력(creativity)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창의력에 속도를 더해 남보다 발 빠른 혁신을 이뤄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인 집단인 IDEO그룹의 톰 켈리 공동대표는 이렇게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은 미래를 지향하고 더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 적극적 자세가 좋다"며 "한국은 (언급할 수는 없지만) 어떤 나라처럼 과거에 집착하지도 않고 늘 미래지향적(futuristic)"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기 때문에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했던 말처럼 더욱 더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켈리 대표는 `1만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작가 맬컴 글래드웰을 언급했다. "전문가라면 최소한 1만시간을 한곳에 투자해야 합니다. IDEO는 창조적 혁신을 관찰하는 데 1만시간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IDEO는 자신만의 공통적인 혁신 요소를 추출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열쇠는 `공감대(Start with empathy)`였다. 켈리 대표는 "제품 디자인, 기업 운영을 위한 컨설팅, 경영 전략을 위한 혁신 아이디어 등 분야에 상관없이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공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사례를 들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IDEO에 새로운 은행 영업을 해보고 싶으니 계획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제의를 해왔다. 그래서 IDEO는 관찰을 시작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주부들을 관찰하기로 결정했다. IDEO가 관찰에 가장 역점을 둔 것은 공감대 형성이었다. 그들은 주부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부들의 집에 가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 결과 두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켈리 대표는 "먼저 그들은 노후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번째 더 재미있는 일은 미국에서는 여전히 개인수표를 써서 세금 계산을 많이 하는데, 희한하게 주부 이용률이 많다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켈리 대표가 제시한 두 번째 키워드는 `인생을 실험처럼 생각하라(Cheat life as experiment)`였다. 그는 "일본 신주쿠에 가면 전 세계 인류를 다 볼 수 있는 느낌"이라며 "실제 민족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수요와 욕구를 파악하려고 하다 보면 인간의 다양성에 놀라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색깔의 신발을 신은 여성들을 보면서 이를 인류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신발 업체에서 받아들인다면 혁신적 상품이 탄생할 수 있다. 그는 또 다른 예로 IDEO의 오랄비 칫솔 디자인 혁신 사례를 들었다. 그는 "IDEO의 디자이너들이 아이들이 양치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어른들은 손가락으로만 칫솔을 잡는데, 아이들은 손바닥 전체로 칫솔을 쥔다는 차이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들은 어린이들의 손바닥 모양에 맞게 칫솔 손잡이를 개량했고, 그 결과 새로운 인체공학적 상품을 창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 세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이종교배식으로 적용하라(Cross pollinate from the best of everywhere)`는 교훈을 제시했다. 켈리 대표는 "한 국가에서 모든 답이 나온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며 "전 세계 어떤 국가에서 답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한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현규 기자 / 황미리 연구원 / 이지원 연구원 / 사진 = 김호영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