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51706531
先취업 後진학…"남들 취직 준비할 때 돈 벌고 학위도 땄죠"
직장인 신분으로 대학 진학
기업들, 일·학습 병행 지원…"실무 경험에 지식 더해요"
한국외식과학고에 다니던 오유리 씨(19)는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지난해 여름 더플라자호텔에 입사했다. 또래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수능공부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지만 오씨는 진학 걱정을 하지 않았다. 고교를 졸업하면 경민대 호텔관광경영과에 입학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도록 한 ‘선(先)취업 후(後)진학 모델’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외식과학고·더플라자호텔·경민대는 2011년 양해각서(MOU)를 맺어 이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에 따라 오씨는 현재 1주일에 나흘 일하고 주말을 포함한 이틀을 경민대에서 공부하며 호텔경영 실무와 이론을 모두 배우고 있다. 오씨는 “선취업 후진학 모델 덕에 취업과 진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미경 씨(23)는 성암국제무역고를 2007년 졸업한 뒤 ‘동화홀딩스’에서 일하다가 2010년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에 입학했다. 수능시험 없이 서류와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서였다. 신입사원이 대학에 간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회사는 근무시간까지 조정하며 정씨의 공부를 적극 지원했다. 학교 수업이 있는 화·목요일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못다한 일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도록 했다.
‘고교→대학→취업’으로 이어지는 순서가 지금까지 청년들이 갔던 일반적인 진로였다. 그러나 ‘고졸 인재시대’가 다시 열리면서 이제는 고교 졸업 후 취업을 먼저 한 뒤 직장인 신분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하면 재직자 특별전형 등 6개 선취업 후진학 지원제도 이용자는 2009년 2만3036명, 2010년 2만7431명, 2011년 2만9363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가 계약학과에 진학했을 때 산업체가 대학에 내는 등록금을 환급해주고 있다. 계약학과는 대학이 산업체와 협의 하에 개설한 재직 근로자 학위과정을 말한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SPC(주)는 신정여상·한국관광고 3학년생 가운데 일부를 선발, 1주일에 나흘은 공부하고 하루는 회사로 데려와 업무교육을 하는 ‘4+1’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외식업체 아웃백스테이크는 삼일상업고교에서 보내준 졸업생이 주 사흘 근무하고 사흘은 대림대 등에서 학습하는 ‘3+3’ 틀을 유지하고 있다.
교과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 캠퍼스 구축방안’은 취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고졸 인재들에게 또 다른 역동성을 제공할 전망이다. 이 방안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대학교육 시스템을 말한다. 직장인들이 손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올해 일반대학 가운데 ‘스마트 후진학 선도대학’ 10곳을 지정해 관련 시스템을 만들도록 학교당 2억원을 지원한다. 방송대와 21개 사이버대는 일반대학·산업체와 연계한 학위과정을 만들도록 유도해 스마트 캠퍼스의 허브로 삼을 계획이다.
한국경제 양병훈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