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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매는 가계, 교육비도 줄였다

올 1분기 車구매 4%줄어 `소비質 악화`

가계는 여전히 지갑을 열 준비가 안 돼 있는 듯하다.

유통업체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외면하듯 가계 경제는 긴축 모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12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 지출) 역시 333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늘어났다.

이에 비해 가구당 소비지출은 256만8000원으로 5.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지출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1분기 78.2%에서 올해 1분기 77%로 낮아졌다.

불황 장기화에 가계 스스로 대비하면서 지출 증가속도를 소득 증가속도에 비해 늦추고 있다는 얘기다.

1분기 가계소득이 늘어난 것은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가 47만명 가까이 늘었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상용근로자 비중이 45%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근로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8.2% 늘어난 덕분이다. 고용 호전이 가계 경제에 숨통을 틔워준 셈이다.

물가가 안정된 것도 가계에 보탬이 됐다. 올 1분기 물가상승률은 3%에 그쳐 지난해 1분기 3.8%보다 대폭 낮았다. 특히 보육비와 대학등록금 등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가계수지를 호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교육비는 12개 주요 지출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세를 나타냈다.

물론 가계 소비지출도 정체된 것은 아니었다. 지표상 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3.1%)에 비하면 꽤 호전된 듯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소비의 질'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단 주거비나 식비 등 필수 소비항목의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내구재 소비가 그다지 늘어나지 못했다. 기업들이 가계소비 증가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자동차 구매가 지난해 1분기보다 오히려 4% 감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비 감소에도 정부 정책효과 외에 가계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학원비 지출부터 줄이는 행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세나 연금 등 비소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가계소비 증가가 지체된 원인이다.

1분기 가구당 경상조세(경상소득세ㆍ자동차세 등) 지출은 11.5%, 연금 지출은 8.5%, 사회보험 지출은 9% 늘었다. 대출 이자비용 역시 18.3%나 급증했다. 가구당 평균 이자비용은 지난해 1분기 8만1300원에서 올 1분기 9만6100원으로 증가했다.

매일경제 신헌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