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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 후 귀지 파다 외이도염 유발

억지로 파내지 말고 물기 먼저 말려야

물놀이 후유증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름철 귀 질환은 물놀이를 즐긴 후 귀를 잘 말리지 않거나 벌레 등 이물질이 들어가서 생기는 사례가 많다. 특히 만성 중이염 환자나 최근 감기를 앓았던 사람이라면 더욱 귀를 조심해야 한다.

물놀이로 인해 가장 많이 걸리는 귀 질환은 외이도염이다. 물놀이 후 귓구멍이 간지럽거나 불편한 느낌이 들면 외이도염을 의심할 수 있다.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귀 입구에서 고막까지의 관을 외이도라고 하며 평소 건조한 상태로 산성을 유지해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지만 습기가 차면 산성이 파괴돼 세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이 상태에서 피부가 벗겨지면 녹농균, 포도상구균 등에 감염돼 급성 세균성 외이도염에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외이도염은 증상이 심해지면 귓바퀴만 살짝 건드려도 통증이 심하고 진물이 나온다. 염증이 지속되면 외이도가 좁아지면서 청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외이도염은 항생제로 치료하는데 대부분 일주일이면 낫는다.

외이도염을 방치하면 곰팡이 감염이나 세균 저항이 커져 치료가 까다롭고 중이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만성 중이염 환자는 가급적 물놀이를 하지 말고 굳이 하고 싶다면 사전에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만성 중이염은 현재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수영장이나 바다의 오염된 물이 귀에 들어가면 염증이 재발하기 쉽다.

또 최근에 감기를 앓았던 사람도 물놀이를 조심해야 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침투한 바이러스가 귓속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놀이 때 외이도염을 예방하려면 물놀이용 귀마개를 착용하거나 귀마개에 바셀린을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중이염 등 귀에 염증이 잘 생기는 아이들은 평소 식초를 한두 방울 섞은 증류수를 면봉에 적셔 귀 입구에 살짝 발라주는 것이 좋다.

또 평소 혹은 물놀이 전에 무리하게 귀지를 제거하지 않는 게 좋다. 오히려 귀지에는 항염증물질이 포함돼 있어 세균 감염을 막아준다.

정 원장은 "귀지는 이물질이 귓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해주기 때문에 귀지를 무리하게 제거할 필요가 없다"며 "귀지를 파내다가 오히려 귓속에 상처를 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귀에 물이 들어갔으면 자연적으로 물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고개를 옆으로 숙여 가볍게 귀 입구를 흔들어 물을 뺀다. 선풍기나 헤어드라이어가 있다면 이를 사용해 물기를 말리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