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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먹는 진달래 화전, 도전해볼까
지천이 진홍빛으로 물들었다. 삼삼오오 꽃놀이를 즐기고 싶다지만, 예전처럼 마음대로 다니기는 어려운 요즘. 그래서 식탁 위에 봄을
담아오려는 이들이 더욱 눈에 띈다. 화전(花煎)을 통해서다.
최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를 보면 #화전 #진달래화전 등 해시 태그를 단 게시물이 2만여 개가 넘는다. “인싸템인 진달래 화전 드디어 먹어봐요” “없어서 못 먹는 진달래
화전 도전합니다” 같은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삼짇날(음력 3월 3일·올해는 지난 14일) 화전을
부치며 봄나들이 가던 풍습이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끄는 것이다. 진달래 화전의 경우 꽃잎이 나는 동안만
먹을 수 있기에 ‘한정판’이라 불리기도 한다. 색깔까지 고우니, 사진으로도 제격이다. 먹어서라도 봄빛을 담겠다는 풍류는 예부터 있었다. 조선 선조 때
시인 임제(林悌·1549~1587)는 진달래 화전을 부쳐
먹고는 ‘일년춘색복중전(一年春色腹中傳·한 해의 봄기운이 배 속에 전해지네)’이라고 읊었다.
'합'의 진달래화전
“10년 넘게 진달래 화전을 부쳐왔는데 지난해엔 주문이 예년보다 네댓
배 늘었고, 올해는 작년보다도 주문량이 두 배가 늘었어요.” 국내
첫 떡 셰프로 불리는 전통병과점 ‘합(合)’의 신용일 셰프 얘기다. 국적 불명의 기념일도 챙기는 마당에 절기에
맞춰 즐기는 세시풍속이 확산된다니 반가운 소식이라며 덧붙였다. 프랑스 유명 요리 학교인 에콜 르노트르를
졸업한 그는 외국 디저트 대신 떡의 가능성을 봤다. 진달래꽃이 없는 경우 마트 등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식용 꽃 중 ‘팬지’를 추천했다. “보통 식용 꽃이 샐러드용이라서 지짐용으로는 다루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장미나 카네이션, 제비꽃 등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열에 약해 색이 누렇게 뜨곤 합니다.” 지진 떡 위에 꿀을 바르기도 하지만, 꽃의 색감을 위해 자일로스
설탕을 뿌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자일로스 설탕은 일반 설탕보다 결이 고와 식감에 좋다.
☞합 신용일 셰프의 화전 레시피(화전
하나에 13g 기준)
찹쌀가루 117g, 끓는 물
39~40ml, 소금 약간(1.5g), 잘 씻어 말린 꽃잎, 자일로스 설탕, 옥수수 식용유
①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 소금을
섞고 반죽한다. 찹쌀가루와 물의 비율은 75 대 25. 반죽이 질게 돼야 정상이다. 떡이 덜 굳는다. ②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1인분씩 떼어낸 떡 반죽에 꽃을
올리고 기름을 바른다. ③ 납작하게 지진 뒤 쟁반 위에 올려놓는다.
④쟁반에는 미리 자일로스 설탕을 뿌려놔야 떡이 쟁반에 들러붙지 않는다. 떡 위에도 자일로스
설탕을 뿌린다.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