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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디스토피아 세상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손에 들린 흉기에 무고한 시민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그것도 일주일도 안되는 사이에 세 번이나 발생하면서 한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30대 남성인 범인들은 단지 '화가 났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무참히 공격했고 일부는 목숨을 잃었다. 21세기판 '디스토피아(Dystopiaㆍ유토피아의 반대 상태)'가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범죄는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4명을 흉기로 찔렀던 김 모씨(30)의 삶은 '디스토피아 한국'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불황 때 늘어나는 강력범죄

경제 불황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개인의 스트레스는 커진다. 하지만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면서 불만과 분노는 가중된다. 열악한 처지에 있는 개인이 누구에게도, 어디에서도 위로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해소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변해 타인에 대한 폭력 또는 자살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여기는 상황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

통계상으로도 이 같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실질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6%로 2006년(5.2%)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불황의 여파는 강력범죄와 자살의 증가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살인ㆍ성폭행 등 5대 강력범죄 역시 48만9575건에서 61만8631건으로 27%가량 급증했다.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10년 31.2명으로 OECD 1위를 기록했다.

국민의 정신건강 상황도 나빠졌다.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정신질환실태 조사 결과(만 18~64세)'를 보면 정신질환 유경험자(술ㆍ담배 원인 제외)는 2006년 12.6%에서 지난해 14.4%로 늘어났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는데 이는 가족, 친구, 공동체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 안전망과 연대감이 붕괴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 "위로의 공간 필요"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불가피한 현대사회에서 개인들이 위로받을 곳을 마련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치유의 확산과 함께 범죄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스트레스를 표출하는 것은 용서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6월 정부도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함을 인식하고 처음으로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대책에는 정신질환자 개념을 축소하고 단순 정신과 상담에 대해선 정신질환명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중규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혐오시설로 여겨지는 정신병원을 지역사회와 연계해 정신건강 거점으로 삼고 전과자의 정신건강을 사법기관과 연계하는 등 장기적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윤제언, 조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