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사망자 감소? 살펴보니 통계 착시

폐ㆍ대장ㆍ췌장ㆍ유방암 등 주요 암 사망률은 갈수록 늘어

환자 수 많은 위암ㆍ자궁암 사망 줄자 전체 통계 떨어져

울산시 홍모(68ㆍ여)씨는 45년간 하루에 반 갑 정도 담배를 피웠다. 2007년 기침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다음 해 1월부터 3년 반 동안 항암제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 되지 않아 지난해 8월 초 숨졌다. 이 병원 관계자는 "23세부터 피운 담배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여성 폐암 사망률은 17.4명으로 남성(45.9명)에 비해 적었다. 하지만 10년간 사망률은 35.8%가 증가해 남성의 1.5배나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8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년도에 비해 1.1% 줄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좀 다르다. 전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감소했지만 폐암ㆍ췌장암 등 주요 암의 사망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6일 본지가 연세대 의대 박은철(예방의학) 교수의 조언을 받아 통계청의 사망원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폐암 사망률은 지난해 1.1%, 유방암은 7.5% 올랐다. 10년간 변화를 보면 위암ㆍ자궁암만 사망률이 줄었을 뿐 대장(상승률 62.1%), 유방암(59.2%), 전립샘(110.8%), 췌장(47.5%)을 비롯해 간ㆍ식도ㆍ뇌암은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위암 사망률은 2010년 20.1명에서 지난해 19.4명으로 3.6% 감소했다. 위암 사망률의 감소는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박 교수는 "위암 환자가 워낙 많아 이 암의 사망률 감소가 지난해 전체 암 사망률 통계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암의 사망률을 보면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폐암이 가장 문제로 꼽힌다. 사망률 1위의 치명적인 암으로 10년 사이 사망률이 27.1% 나 증가했다. 지난해 폐암 사망자는 1만5867명으로 자살자(1만5906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유는 담배 탓이 크다. 박 교수는 "그동안 연구 결과를 보면 흡연 후 20~25년 뒤 폐암에 걸리는 사례가 많다"며 "1990년대 69%~79(현재 44%)에 달하던 성인 남성 흡연율의 영향이 지금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폐암도 마찬가지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은 "여성 폐암 사망도 담배 때문"이라고 분석 한다.서 본부장은 또 "대장ㆍ유방ㆍ전립샘암은 식생활이 육류 중심으로 바뀌면서 사망률이 올라가고 있다"며 "위암 등 일부 암을 빼면 치료 기술 발전이 암환자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암 사망률은 조기진단과 치료기술 발전 덕에 감소세다. 전남 순청시 박모(35)씨는 3월에 위암 4기 진단이 나와 수술을 받았다. 박씨는 "수술이 너무 잘 됐고 항암 치료 효과도 좋다"며 "후유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기술의 진보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치료 기술 발전이 없었다면 이 만큼 호전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간암은 2007년을 정점으로 서서히 사망률이 떨어지는 추세다.

서 본부장은 "폐암 사망률을 낮추려면 담뱃값 인상 등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34%에 그치는 국가 5대 암 검진률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 사망률 = 전체 암사망자와 암 종류별 사망자 수를 인구 10만 명 사망자수로 나눠 계산한 수치. 지난해 전체 암 사망자는 7만1579명으로 암 사망률은 142.8명이었으며 전년도(144.4명)보다 1.1% 줄어들었다. 그러나 2001년(122.9명)에 비교하면 16.2% 늘었다. 암사망률은 남녀 모두 폐암이 가장 높다.

중앙일보 신성식, 박유미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