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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거슬러 고택에 머물다

어슴푸레한 어둠이 찾아오는 초저녁, 미로 같은 돌담길을 따라 가니 단아한 고택이 나타난다. 나지막한 돌담 너머의 아늑한 고택, 우리의 한옥이다. 사랑방에 들어가 아랫목에 손과 발을 넣자 뜨끈뜨끈한 온기가 느껴진다. 반가운 온돌바닥과 아랫목에 잠시 몸을 눕히고 눈을 감으니 금세 잠이 들었나 보다.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에 바깥을 내다보니 찾아온 사람은 없고 고요한 밤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빛만이 여행자를 반긴다.

금당실 마을 한옥 체험

우천재(愚泉齋). 금당실 마을에서 민박을 치는 고택 중 하나다. 안채와 사랑채가 서로 연결된 튼 'ㅁ'자형 구조의 한옥으로 조선시대 전형적인 한옥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집주인 박좌상 씨는 1681년 건축된 이후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쳤고 현재의 건물은 1870년에 건축된 것이라고 했다. 관광객이 머물게 꾸민 사랑채는 낮은 기단이 간결하고 소박하다. 현재 금당실 마을에는 우천재를 비롯해 사괴당, 김대옥 초가, 유천초옥 등 4곳의 고택민박집이 있다.

금당실 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최고 명당으로 손꼽힌다. 마을 뒤편의 오미봉과 금곡천 사이에 마을이 자리를 잡았다. 금당실 마을은 예부터 십승지의 하나로 불려왔다. 십승지는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금당실 마을은 원래 감천 문씨가 개척했다. 그 후 그의 사위 박종인과 변응영이 정착하여 오늘에 이른다. 지금도 예천 권씨 고택을 비롯해 반송재 고택, 사괴당 고택 등 고가옥과 금곡사원 등의 전통 건축물이 남아 있다.

금당실 마을의 송림도 유명한데 천연기념물 제469호로 지정되어 있다. 원래 금당실 송림은 약 2㎞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약 700m만 남아 있다.

신비로운 회전식 운장대

예천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문화유산도 많다. 우선 금당실 마을에서 지척의 거리에 있는 초간정도 가볼 만하다. 초간정은 1582년 조선 중기의 학자 초간 권문해 선생이 지은 정자다. 시원스럽게 흐르는 계류 옆 암반 위에 세워져 있어 주위 풍경이 뛰어나다.

초간정 맞은편 산기슭에 용문사가 있다. 용문사는 신라 경문왕(870년) 때 두운선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회전식 불경보관대인 운장대가 보관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운장대를 돌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예천의 서쪽 용궁면에 회룡포가 자리 잡고 있는데 독특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낙동강으로 합류되는 내성천이 휘감아 만들고 있는 육지 속의 섬이다. 하얀 모래백사장을 감싸고 돌아가는 물길이 인상적이다. 장안사 위의 전망대에 오르면 회룡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삼강주막도 예천의 명물이다.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 등 세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낙동강 1300리 중 그 중간 부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주막으로 유명하다. 특히 주막 건물 뒤의 500년 된 회화나무가 서 있어 옛 정취를 더한다.

예천과 이웃하는 영주의 선비촌에서도 한옥숙박체험이 가능하다. 선비촌은 조선시대 전통가옥을 복원하고 생활상을 재현한 일종의 테마파크. 소수서원과 인접해 있다. 영주 풍기IC에서 가까운 봉현면 대촌리 솔향기마을은 솔향기 가득한 농촌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취재지원 = 경상북도관광마케팅사업단

매일경제 전기환 여행작가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