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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전하고 싶을 땐 손 잡아보세요
중고생 자녀 보듬는 '스킨십 교육법'
'접촉 위안(contact comfort)'. 스킨십(skinship)의 또 다른 표현이다. 스킨십은 관계의 친밀함을 가늠하는 대표적 척도 중 하나다. 특히 부모와 자녀 간 스킨십은 단순한 애정 표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홍숙선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책임상담원은 "영·유아기 자녀에게 피부는 '제2의 뇌'와 같으므로 스킨십이 잦을수록 애착 관계 형성에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같은 상식, 중고생 자녀에게도 통할까?
두 아들을 각각 연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 보낸 유병우(46·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접촉을 통한 감정 교류'가 부자(父子)간 소통의 물꼬를 텄다"고 말했다. "큰아들이 진로로 고민할 무렵이에요. 하루는 무뚝뚝한 성격의 아들이 제 팔베개에 머리를 누인 채 속마음을 털어놓더군요. 저와의 오랜 대화 끝에 아들은 '한예종 영화이론과 조기입학'을 결정했습니다."
경기(驚氣) 증세가 있던 아들을 둔 차흥순(47·서울 동대문구)씨는 "스킨십 덕분에 아들의 증세가 크게 호전됐다"고 말했다. "아들은 조금만 긴장하면 발작을 일으켰어요. 중학교 땐 친구와 PC방에서 게임 도중 쓰러지기도 했죠. 잔소리라도 하려 들면 언쟁이 오가기 일쑤였어요. 하루는 아들 손을 잡은 채 '엄마가 널 진심으로 걱정한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후 아이와의 사이가 부쩍 좋아졌어요. 고교 입학 후엔 발작 증세도 잦아들었고요."
두 학부모 역시 처음 스킨십을 시도할 땐 쑥스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엄부(嚴父) 밑에서 자란 유씨는 “아이가 다니던 대안학교(독수리학교) 학부모 수업으로 마음을 연 후에야 아이를 자연스레 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미라 서강대 평생교육원 심리학과 주임교수에 따르면 중고생 자녀와 부모는 서로 간 스킨십에 서툴 수밖에 없다. "청소년기엔 유난히 독립심이 발달하죠. 어릴 때 부모와의 스킨십에 스스럼없던 자녀 역시 중고생이 되면 접촉을 거부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소통을 수반한 스킨십'이에요. 스킨십도 일종의 언어거든요. 몸짓 언어에 익숙한 유아와 달리 청소년은 문법으로 언어를 배우죠. 이 시기의 스킨십은 '몸(체화)'이 아니라 '머리(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얘깁니다."
홍숙선 상담원 역시 '막무가내 스킨십'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알고 지내던 학생이 '늘 막말을 퍼붓던 엄마가 어느 순간부터 툭하면 자신을 포옹하는데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어요. 어디선가 '스킨십이 좋다'는 얘길 들은 엄마가 앞뒤 안 재고 스킨십부터 시도한 경우죠. 자신이 내키면 끌어안았다가 맘에 안 들면 폭언을 일삼는 부모의 변덕은 자녀를 불안하게 만들 뿐입니다."
일명 '모험상담'(피상담자에게 과제를 던져준 후 이를 해결하며 대화하는 상담)을 통해 수많은 중고생을 만나 온 방승호 서울 중화고 교장은 "스킨십을 불쑥 시도하는 게 어렵다면 게임이나 운동을 활용해보라"고 조언했다."
중고생 자녀와 시도해볼 만한 스킨십
①눈 마주치기: 스킨십의 핵심은 ‘감정 공유’다. 눈빛에 진심을 담아 건넨다.
②간격 좁히기: 사람 간 간격은 곧 마음의 거리다. 시선을 나란히 하고 바투 앉아 대화를 나눈다.
③몸 움직이기: 팔씨름이나 닭싸움, 등 맞대고 팔짱 낀 후 서로 들어 올리는 스트레칭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④자녀 위하기: 자녀는 부모가 자신의 발을 씻겨주거나 안마해주면 그 행위를 계기로 부모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긴다
조선일보 최민지 맛있는공부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