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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줄이고 칭찬은 늘리고… '소통의 손길' 먼저 내미세요

사춘기 아들 때문에 속 터지는 학부모 위한 솔루션

사춘기 아들을 둔 부모는 종종 속이 터진다. 공부는 안중에 없고 (이성) 친구·게임 등에만 빠져 있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 노트 필기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수행평가 과제도 제날짜에 내는 법이 없다. 선배 엄마들은 '아들은 고교생 때만 정신 차리면 대학 잘 간다'고들 하지만 대다수 엄마는 '아들이 정신 차리길 기다리다간 (대입 준비에) 늦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사춘기 아들, 공부로 이끄는 비결은 없는 걸까? 선배 엄마와 전문가의 조언을 종합했다.

성공 사례1 이미정씨 “적정 시기에 간섭 줄이는 게 최선”

중 2와 초등 6년생 두 아들을 둔 이미정(43)씨는 자녀 교육에 관한 한 별 걱정이 없다. 두 아이 모두 자기주도학습으로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첫째 정재호(서울 보성중 2년)군이 사춘기에 접어들 초등 6학년 무렵부터 간섭과 잔소리를 줄인 전략이 주효했다. 당시 그는 집 벽에 큰 칠판을 하나 달았다. 학교 시험이 다가오면 아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공부 계획을 적게 했다. “이전엔 시험 때마다 ‘너희 반에 100점이 몇 명이야?’ ‘왜 이렇게 시험을 못 봤어!’라며 야단치곤 했어요. 지금은 시험 성적이 나빠도 화내지 않습니다. 패인을 찾고 다음 시험까지의 보완 계획을 세워 칠판에 적게 하거든요. 잔소리가 줄면서 아이와의 사이도 훨씬 좋아졌어요.”

성공 사례2 이재영씨 “엄마 응원만 한 약 없더라”

이재영(45)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임에 빠진 아들 이재환(서울 백석중 3년)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그는 아들 문제의 원인이 실은 자신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치가가 돼 사회를 바꾸고 싶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전 ‘네 성적을 보고 그런 소릴 해라’ ‘네 앞길이나 걱정해라’ 하는 식으로 무시하곤 했습니다. 제 태도가 아이의 공부 의욕을 꺾은 거죠.”

최근 몇 달 새 재환군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늘었고, 대학·학과 정보 검색까지 스스로 할 정도로 의욕이 넘친다. 엄마 이씨가 태도를 바꾼 덕분이다. 그 중심엔 “사랑해” “수고했어” “엄마는 널 믿어” 등 ‘마법의 말’ 세 마디가 있었다. “처음엔 ‘사랑해’라고 말하는 게 참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졌어요. 요즘은 시험 성적이 나빠도 ‘계획 세워 공부한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아이 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전문가 조언 "자신감 꺾지 말고 인정받고픈 욕구 충족"

교육 컨설턴트 이승훈(‘말 안 듣는 아들 성적 올리는 법’ 저자)씨는 모자(母子) 갈등의 첫째 원인으로 ‘엄마의 이해력 부족’을 꼽았다. “예컨대 엄마들은 ‘학원에 보내놨더니 예쁜 중 3 누나한테 빠져 정신을 못 차린다’며 화부터 내죠. 사춘기 남학생에겐 지극히 당연한 현상도 엄마 눈엔 ‘고쳐야 할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비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게임에 빠진 아들을 다룰 때도 게임을 매개로 ‘소통’을 시도하는 게 우선이다. 대화가 잘 이뤄지면 아이가 합의하는 선에서 ‘게임 시간당 학습량’ 등의 규칙을 정한다. 교육 컨설턴트 김나연씨는 “‘수학 30문제 풀고 10분 게임 하기’ 같은 규칙을 정하면 남학생은 30분간 게임 하려고 90문제를 풀 정도의 집중력을 보인다”며 “단, 게임을 빨리 하고픈 마음에 문제를 대충 풀기 쉬우므로 ‘한 문제 틀리면 2분 깎기’ 식의 추가 규칙을 덧붙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조선일보 오선영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