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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손님의 향수병 치유한 '솔 뫼니에르'

유독 손님이 적은 날이었다. 시계가 밤 10시를 가리킬 무렵, 손님 둘이 들어왔다. 남편으로 보이는 30대 후반의 깡마른 외국인과 아내로 보이는 30대 초반의 한국인.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그들은 주문할 메뉴를 꽤 오래도록 정하지 못하고 메뉴판만 보고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다 그들에게 다가갔다.

"제가 여기 셰프예요. 저희 가게 처음 오신 것 같아 음식 설명 좀 해 드리려고요."

"남편이 프랑스 사람인데, 요즘 영 식욕이 없어해서요. 생선요리 먹고 싶다고 해서 왔는데, 추천해주실래요?"

남편에게 프랑스어로 묻자, 그가 찾는 음식은 솔 뫼니에르(sole meuniere)라고 했다.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주던 요리였단다. 한국의 동태전 만큼이나 프랑스에서는 대중적인 요리다. 너무 평범해서 한국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는 대개 팔지 않는다. 그건 필자의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였다. 실낱같은 기대가 꺾여 풀죽은 모습을 보자 왠지 꼭 그 요리를 해주고 싶었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요리사로서의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었다. 프랑스에서 요리유학할 당시 한식이 먹고 싶어 향수병을 앓았던 기억도 떠올랐다.

솔 뫼니에르를 바라보는 그는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해맑아져 있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들고는 아내에게 한입 먹어보라는 권유조차 할 여유가 없다는 듯 입에 넣었다. 오물거리다 이내 감격한 표정을 하고는 음식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캄사합니다, 캄사합니다." 연방 감사 인사를 하고 나간 그의 음성이 그가 나가고 한참이 지나서까지 귓가에 맴돌았다. 뼈만 남은 빈 접시를 보며 생각했다. 음식에는 몸뿐만 아니라 분명히 영혼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말이다. 그것을 흔히 '소울푸드'라 한다. 아마 그는 그날 소울푸드를 만났을 것이다.

솔 뫼니에르 레시피

●재료

광어(또는 가자미) 1마리(700~800g), 버터 50g, 중력분 100g, 레몬 ½개, 파슬리·소금·후춧가루·식용유 약간씩

●조리법

1. 광어 껍질을 벗기고 지느러미를 가위로 정리한다.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밀가루를 앞뒤로 묻힌다.

2. 프라이팬에 식용유와 버터 20g을 두른다. 프라이팬이 뜨거워지면 광어를 놓는다. 타지 않게 불 조절을 하며 중불에서 한 면을 4~5분 익히고, 뒤집어 반대쪽을 다시 4~5분 익힌다.

3. 구워진 생선을 접시에 담는다. 생선을 구운 프라이팬에 남은 버터 30g을 녹인 뒤 레몬을 쥐어짜 나오는 즙과 파슬리를 뿌려 버터소스를 만든다. 버터소스를 생선에 끼얹으면 완성.

조선일보 이유석 레스토랑·펍 루이쌍끄 오너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