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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쟁이' 단골도 감동시킨 '봉골레 파스타'

단골손님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아주 흔한 외모를 지닌 50대 중년 남자다. 필자와 직원들은 그를 '투덜쟁이'라 불렀다. 명함을 준 적이 없어 그의 직업을 모르는데 올 때마다 "메뉴가 별로 바뀌지 않았다"고 투덜댔기 때문이다. 음식 앞에서도 칭찬은커녕, '간이 세다' '덜 익었다'는 불만부터 나왔다.

어느 날 바에 홀로 앉아 몇 시간 동안 안주 없이 와인만 마시는 모습이 마음에 걸려 서비스라도 챙겨드릴 요량으로 드시고 싶은 음식을 물으니, 그가 찾은 것은 메뉴판에 없는 '봉골레 파스타'였다. 재료가 없어서 못 해드린다는 얘기에 이해한다면서도 불만이 표정에 묻어 나왔다. "늦은 시간대가 되면 면 생각이 간절한데, 어디 먹을 데가 있어야지. 조개 국물 시원하게 우려낸 봉골레 파스타 좀 메뉴에 넣으면 안 돼?"

궂은 날씨 탓에 손님이 없던 날이었다. 남은 예약은 오직 룸에 한 팀뿐. 여섯 시쯤, 고급 세단에서 내린 남자 한 무리가 가게로 들어왔다. 룸에 가서 인사하니 모 그룹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이었다. 매출 좀 올리겠다고 안도하던 것도 잠시, 룸에서 매니저가 실망한 눈치로 나왔다. 값비싼 빈티지 와인을 가져왔으니, 와인이나 맥주 등 술을 따로 주문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음식 못잖게 술로 얻는 수익도 상당해 아쉬운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덧 6시 30분. 룸에 있는 저 대단한 손님들을 기다리게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하고 있는데, 그 '투덜쟁이'가 가게로 들어와 그 룸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에서는 그곳 음식과 술을 먹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며, 손님들이 그에게 선물하려고 가져온 와인을 모두 고사했다. 음식도 평소보다 많이 주문했다.

음식을 넘어 레스토랑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보름 정도가 지난 다음 그가 다시 찾았을 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어 서비스로 내줬다. 남김없이 싹싹 비워냈으면서도 "면이 덜 익었다"고 투덜거리는 모습은 여전했다. 그다음에도 그는 종종 찾아와 투덜거리며 음식을 먹었으며, 주변에 소문을 많이 내줬다.

봉골레 파스타 레시피

●재료

스파게티 100g, 조개(바지락 등) 15마리, 마늘 1쪽, 다진 파슬리 1작은술, 화이트와인 ??컵, 올리브오일 적당량(1인분 기준)

●조리법

1. 끓는 물에 소금, 스파게티를 넣고 6분 삶아 건진다.

2. 조개는 해감하고 마늘은 다진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조개를 넣어 살짝 볶는다. 화이트와인과 다진 파슬리를 넣고 뚜껑을 덮는다.

3. 조개가 입을 벌리면 불을 끄고 스파게티와 삶은 물을 더해 고루 섞는다.

4. 올리브 오일을 넣고 버무리면 완성.

조선일보 이유석 레스토랑·펍 루이쌍끄 오너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