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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일구고 사람이 가꾼, 생명의 공간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생명이 숨쉬는 '순천만 갯벌 정원(대대포구)'에서 상류로 5㎞ 떨어진 들녘. 전남 순천 중심을 가로질러 드넓은 갈대 군락과 갯벌이 펼쳐지는 순천만으로 굽이치는 동천을 사이에 둔 오천동과 풍덕동 일대다. '순천(順天·하늘에 순종한다).' 도심 가장자리에 놓인 이 광활한 들판은 지명대로 자연의 뜻을 따랐다. 비가 오면 어김없이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 구역이었다. "논 농사도 제대로 못 지을 땅"이었다.

14일 오전 찾은 오천·풍덕동 일대 논 지대는 거대한 '시민의 정원'으로 변모해 있었다. 오는 20일부터 6개월 동안 열리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선보이는 23개국 83개의 각양각색 정원이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정원박람회로,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가 공식 승인한 국제 행사다.
박람회장은 습지센터·수목원·세계정원·습지 등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습지센터구역에 들어선 박람회 주제관 국제습지센터(9954㎡)는 지하 1층·지하 2층 크기로 지난 1월 10일 일찌감치 완공됐다.

습지센터 내 1층 생태체험관 미니 갯벌에선 순천만에서 서식하는 농게·칠게·짱뚱어·망둑어 등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자연 환경 그대로 조수간만의 차로 물이 빠졌다 차올랐다. 습지센터 뒤편에는 너구리와 고슴도치·수달·오소리·육지거북 등이 모여 있는 '야생 동물원'이 있었다.

이밖에 수목원구역에는 한국 고유의 정원을 한 곳에 모아놓은 '한국정원'과 200여종의 자생 나무와 식물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나무도감원'과 '수목원전망지' 등이 있다.

습지센터·수목원구역과 세계정원구역이 들어선 주박람회장은 알록달록한 모양의 한글로 디자인된 '꿈의 다리'로 연결됐다. 2010년 중국 상하이엑스포 때 한국관을 디자인한 설치미술 작가 강익중씨가 '자원의 재생과 순환'이라는 개념에 바탕을 두고 세웠다. 내부에는 어린이들이 그린 14만5000여점의 그림이 전시돼 있었다.

주박람회장에는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2년 연속 최고상을 받은 황지해 작가가 만든 정원'갯지렁이 다니는 길'과 네덜란드·미국·이탈리아·중국·일본 등 10개국(한국 포함해 11개국) 세계 정원이 조성돼 있었다. 영국의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찰스쟁스가 순천의 모습을 형상화해 만든 순천호수정원도 필수 코스로 꼽힌다.

순천만 덕에 국내 생태 관광 중심지로 부상한 순천이 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이유는 뭘까. 조직위 양동의 기획운영본부장은 "순천만을 항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순천만에서 5㎞ 떨어진 도심쪽에 거대한 생태축을 조성한 것"이라며 "도시의 팽창을 막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공동 정원을 선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순천만 생태관광을 원하는 박람회장 입장객은 행사장과 순천만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무료 활용하면 된다. 박람회장 티켓 소지자에 한 해 순천만 입장은 무료다.

조직위 최덕림 정원관리본부장은 "150여년 전 유럽에서 이미 열리기 시작한 정원박람회는 작년 폐막한 여수엑스포와 같은 산업박람회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산업박람회는 건물을 철거하거나 리모델링하지만, 정원박람회장엔 울창한 숲과 정원이 그대로 남는다. 모두 시민들의 '생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복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