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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딱히 갈 데 없어 장기 입원 요양병원은 돈벌이 위해 병상 채워

병원이 집인 사람 3만명

갑자기 병에 걸리면 동네의원·종합병원·대학병원 같은 데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웬만한 치료가 끝나면 요양병원으로, 다음 단계에는 요양시설(요양원)로 가야 한다. 일반병원-요양병원-요양시설의 역할이 다르다. 비용도 일반병원이 가장 높다. 그런데 칸막이가 확실하지 않다. 요양병원에 가야 할 환자가 일반병원에 있고, 시설이나 집에 있을 사람이 일반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있다. 이런 뒤죽박죽 상황 때문에 건강보험 지출이 커지고 ‘사회적 입원’ 환자가 생긴다. 연세대 서영준(보건행정학) 교수는 “병원이 치료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생활이나 요양하는 장소가 된 상황”이라고 정의한다.

　서울시 산하 한 병원은 지난달 장기 입원자 5~6명을 어렵게 내보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가야 할 환자인데 거기에 비해 의사·간호사가 많고 시설이 좋은 병원을 고집해 왔다. 사회적 입원은 요양병원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연세대 서 교수가 50개 요양병원 입원 환자 2512명을 조사한 결과, 41.3%가 사회적 입원 환자였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환자가 원해서다. 불편 정도가 아주 심하지 않고 돌봐줄 가족이 없는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요양병원만 한 데가 없다. 경상남도는 지난해 7월 의료급여(기초수급자) 환자 장기입원 실태를 공개하면서 “대부분이 병원의 좋은 환경과 편리한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산층도 마찬가지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윤모(82) 할머니는 지난 11일 은평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인공고관절 수술을 받아 걷지 못하는 데다 뇌경색(뇌혈관이 막히는 질환) 때문에 오른팔 마비증세가 왔다. 윤씨의 아들(57)은 “집으로 요양보호사가 오면 하루 4시간 돌봐주는데 그 외 시간은 방법이 없어 요양병원에 모셨다”며 “특별한 처치를 받는 게 없어 요양병원에 갈 이유가 없지만 요양시설 입소자격이 안 돼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요양병원들이 난립하면서 병상을 채우기 위해 장기간 입원을 시키기도 한다. 상당수는 불법적으로 비용을 할인한다. 윤 할머니는 월 20만원을 할인받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요양원 환자의 8.7%(9524명)는 되레 의료나 간호 처치가 필요한 데도 의료 혜택을 못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에 있어야 할 환자가 요양시설이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 북부병원 권용진 원장은 “2008년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시행하면서 요양병원을 없애든지, 역할을 분명히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혼란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노인 환자의 건강상태를 반영하여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중 적절한 서비스 기관을 선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권 원장은 “요양병원의 역할을 분명히 하되 건보가 지원하는 진료 수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