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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김밥엔 그의 결심이 꽉 차 있었다.

칼럼을 보고 옛 친구가 찾아왔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인기가 없었던 고등학교 시절, 유일하게 말을 걸어줬던 고마운 친구였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우리는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세월은 외모는 바꿀지 몰라도, 내면까지는 바꾸지 못하나 보다. 손님 많은 시간을 피해 왔다며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늘 배려심이 많아 감동을 줬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남들 식사할 시간에 밥을 못 먹어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며 그가 내민 건 김밥이었다.

아, 맞다. 그는 김밥집 아들이었다. 그의 김밥집은 동네에서 꽤 유명했다. 늘 손님이 와야 김밥을 쌌기 때문에 신선함이 살아있었다. 김밥의 진가는 식은 뒤에 알 수 있다. 그곳의 김밥은 식어도 변함없는 맛을 자랑했다.

옛 추억을 하나 둘 더듬는데, 그가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싫어하던 김밥집을 자신이 물려받게 생겼다는 것이다. 부모님께서 몸이 편찮아 물려주고 싶다고 하신 모양이었다. 그는 현재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부모님의 말씀에 고민하는 듯 보였다. 아버지의 유언과도 같은 그 말을 무시하자니 마음이 저리고, 창피하게 생각했던 김밥집을 물려받자니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잘 꾸려갈 수 있을지 겁이 났을 수도 있다.

살다 보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쳐올 때가 있다. 전혀 예상 못 한 순간 내 것을 포기해야 할 때도, 부당하고 억울할 때도 있다. 하지만 고민만 하고 불평만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반항이 좋은 것만도 순응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니까.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일어났느냐가 아니라 당사자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속이 꽉 찬 김밥을 보자 그가 스스로 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 장사를 하는 옛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자고 생각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아마 '결심'했을 것이다.

●재료(5인분 기준)
밥 3인분, 김밥용 김 5장, 김밥용 햄·단무지·맛살·어묵 각 5줄, 당근 1개,오이 1개, 달걀 3개, 우엉 1뿌리, 깻잎 10장, 참기름·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조리법
1.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을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한다.
2. 프라이팬을 달궈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햄과 맛살, 어묵을 볶는다. 달걀은 지단을 부친 다음 길게 자른다.오이를 길게 잘라 소금을 뿌린 뒤 물기를 꼭 짠다. 우엉은 가늘게 썰어 식초물에 담갔다가 볶은 뒤 간장·설탕 등을 넣고 조린다.
3. 김발 위에 김을 깐다. 김 전체의 3분의 2정도가 덮이도록 밥을 얇게편다. 깻잎 2장을 올리고 그 위에 준비된 재료를 올려만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낸다.

레스토랑.펍 루이상그 오너셰프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