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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최고급 레스토랑보다 '기내식 비빕밥'인 이유

만물이 소생하고 화려한 꽃들이 앞다퉈 피어나던 지난 3월, 필자는 결혼했다. 준비과정이 고되 결혼은 한 번 하라고 했던 것일까. '100인분의 음식을 혼자 만드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버거운 순간도 있었다. 이를 견딜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설렘 중 하나는 신혼여행이었다. 특이하게도 장소는 뉴욕. 신혼여행 기간 동안 한국 음식은 절대 쳐다보지 않으리라 여러 차례 다짐했고, 컵라면을 챙기는 수고로움 따위는 생각지 않았다.

요리사로서 새신랑으로서 흥분을 느끼며 뉴욕으로 향했다. 꿈에 그리던 뉴욕에서의 첫 식사. 10가지 코스가 넘게 나오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만 봤던 음식과 조리기구들 앞에서 한껏 달뜬 마음은 내내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느덧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국내선 비행기 안.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고 자부하던 마음은 기내식이 나온다는 방송이 들리는 순간부터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200인분이 넘게 대량으로 그리고 급하게 만들어진 음식이 어찌 비할 수 있으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기내식을 다시 보게 된 것은 비빔밥 때문이었다. 고슬고슬한 밥에 다섯 종류의 나물이 얹혀져 제법 구색을 갖춘 그것을 보자 군침이 돌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비빔밥을 정성스레 비벼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언제나 맛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맛. 오랜만에 해보는 젓가락질도 평소와 달리 정겨웠다. 고된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의 느낌이랄까. 집이 좋고 나쁘고는 상관없이 '집'이라는 존재를 통해 편안해지는 것처럼 익숙한 그 맛 앞에 재료의 종류와 서비스의 상태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우리는 종종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들의 고마움을 그것이 없었을 때 깨닫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새로움만으로는 대체되지 않곤 한다.

** 비빔밥 레시피

●재료(2인분 기준)

밥 2공기, 다진 쇠고기 80g, 고사리 50g, 당근 ¼개, 청포묵 ¼모, 호박 ½개, 콩나물 70g, 달걀노른자 2개, 비빔장(고추장 3큰술+다진 마늘+참깨), 식용유 약간

●조리법

1. 다진 쇠고기를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설탕·맛술·후춧가루 약간씩에 잠시 재웠다가 센불에서 재빨리 볶는다.

2. 고사리는 간장 1작은술, 소금·다진 파·다진 마늘·참기름·깨소금 약간씩을 넣고 무쳐서 볶는다.

3. 콩나물은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빼고 양념에 무친다.

4. 호박과 당근을 채 썰어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볶는다. 청포묵은 길게 채 썰어둔다.

5. 대접에 밥을 1공기씩 담고 1~4의 재료를 돌려 담는다. 달걀노른자를 얹고 비빔장을 곁들여 낸다

조선일보 이유석 레스토랑·펍 루이쌍끄 오너셰프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