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mk.co.kr/news_forward.php?domain=news&no=386879&year=2013

섬진강 옛길을 따라 걷는다

길을 걷는 내내 콧노래가 절로난다. 주위의 산과 들에는 연초록 신록이 물들어 싱그럽다. 자연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강바람에 실려 온 향긋한 봄바람도 발걸음을 재촉한다. 끝없이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가면 정다운 시골마을이 나타난다. 그 곳에는 시인이 산다. 바로 섬진강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다. 그와 함께 섬진강 옛길을 걷고 섬진강 이야기를 들어본다.

’길을 걷다가 문득 그대 향기 스칩니다. 뒤를 돌아다봅니다. 꽃도 그대도 없습니다. 혼자 웃습니다.’

전북 임실군 덕치면 물우리에서 구담마을에 이르는 섬진강 길은 언제 가도 좋은 기분이 좋다. 길 곳곳에서 시인의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섬진강을 두고 사방이 탁 트인 시야는 도시에서 벗어난 쾌감을 가져다준다. 햇볕은 강해도 강물 위로 불어오는 바람에 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고향 길을 찾아가듯 천천히 걸으면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

섬진강은 전북 백운산 원산암 마을의 데미샘에서 발원해 전북 임실, 순창, 남원, 곡성을 지나 구례, 광양, 하동을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가는 총 연장 212㎞의 큰 강이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3도를 홅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섬진강 길은 전북 임실군 진뫼마을에서 천담마을을 지나 구담마을에 이르는 약 10㎞ 구간을 가리킨다. 여행의 시작은 물우리마을. 강 바로 위에 마을이 있어 물 걱정이 끊이지 않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 근심을 덜기 위해 당산나무 아래에 당산할매의 형상을 만들어 묻어 가묘를 세우고 매년 정월 보름날 제를 올린다. 지금도 아름드리 당산나무와 가묘가 남아 있다.

물우리를 지나 걸어가면 섬진강 풍경이 멋진 곳에 월파정이 세워져 있다. 월파정은 1927년 밀양 박씨 후손들이 세운 정자다. 특히 달밤에 펼쳐진 섬진강 풍경이 곱다. 섬진강을 지날 때는 징검다리를 총총 뛰어 건넌다. 잠시 멈춰 발을 담그고 쉬어가는 곳이다.

진뫼마을에 시인 김용택의 생가가 있다. 그는 덕치면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학교에서 교사로 있다가 정년퇴직을 했다. 생가의 서재 편액에는 물결을 보는 곳이라는 뜻의 관란헌이 적혀 있다. 섬진강 물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진뫼마을에서 구담마을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시인의 길이다. 강가에는 향기, 봄날 등 시인의 시구가 새겨져 있다. 잠시 멈춰 시를 읽고 지나야 한다. 그런 후 주위를 돌아보면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아담한 천담마을을 지나 계속가면 구담마을이다. 김용택 시인이 섬진강 500리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은 곳이다. 구담은 강줄기에 아홉 개의 소가 있어서 구담이라 불렀다고 한다. 20여 년 전 경사진 언덕에 매화나무를 많이 심어 지금은 매화마을로도 유명하다. 강 양쪽으로 징검다리가 놓여 있는 풍경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