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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귀신 같은 나트륨… 소변볼 때 칼슘과 함께 배출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77)씨는 상복하는 약이 최소 다섯 가지다. 고혈압약과 혈당 강하제를 매일 먹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이를 떨어뜨리는 약을 먹고, 혈액순환을 돕는 소용량 아스피린도 먹는다. 골다공증 약도 주기적으로 복용한다. 소변에서는 검출되지 말아야 할 단백질이 나와 정밀 검사 중이다.

이처럼 여러 만성질환이 복합적으로 있는 경우,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의 과다 섭취가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성권 교수팀은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24시간 채집한 소변으로 소변의 나트륨양을 측정한 18세 이상 성인 6064명을 대상으로 만성질환 발생 상태를 조사했다. 24시간 소변 나트륨 수치는 그 사람이 하루 동안 얼마나 짜게 먹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연구팀은 소변 나트륨 수치에 따라 ▲싱겁게 먹는 사람 ▲약간 싱겁게 ▲보통 ▲약간 짜게 ▲짜게 먹는 사람 등 5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러고는 그들의 비만도, 골밀도, 혈압, 혈당, 신장 기능 수치 등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은 24시간 소변 나트륨양이 많을수록 넓적다리뼈와 척추의 골밀도 지수가 감소했다. 넓적다리뼈 골다공증은 낙상 시 대퇴골 골절의 최대 요인이다. 척추 골다공증은 척추 뼈마디가 주저앉아 무너지는 위험 요인으로, '꼬부랑 할머니'의 원인이다. 남자는 소변 나트륨 농도가 높을수록 넓적다리뼈 중 목 부위 뼈가 엉성해졌다. 이 역시 낙상 골절 원인이 된다. 남녀 공히 짜게 먹는 사람일수록 골다공증 위험이 큰 것이다. 만성적으로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나트륨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뼈의 주성분인 칼슘을 끌고 나가 골다공증을 일으킨다. 당뇨병 비율은 짜게 먹는 사람이 싱겁게 먹는 그룹의 두 배였다. 싱겁게 먹는 그룹에서 당뇨병 환자 비율은 8.7%인 데 반해, 짜게 먹는 그룹에서는 16.4%로 나왔다. 한국 성인의 평균은 약 10%이다.

짜게 먹는 그룹은 만성 신장병 발생 비율(13.4%)도 싱겁게 먹는 사람(7.3%)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들은 비만도도 높았는데, 짜게 먹는 사람의 44%가 과체중으로 분류되는 체질량지수(BMI·체중 ㎏을 키 m값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가 25를 넘었다. 짠맛을 찾는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뚱뚱하다는 얘기다.

짜게 먹는 그룹의 고혈압 비율(42%)은 싱겁게 먹는 사람(21%)의 두 배로 나타났다. 결국 짜게 먹는 사람은 골밀도가 낮아져 골다공증이 생길 위험이 크고, 혈압이 올라 고혈압이 되며, 많이 먹게 돼서 뚱뚱해지고, 그 때문에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지며, 나중에는 만성 신장병을 앓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김성권 교수는 "짜게 먹는 습관이 있으면 혈당 분해 부담이 커지고 혈관의 동맥경화를 가속해 혈류량이 많은 신장과 심장, 뇌혈관을 망가뜨린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