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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초보 아내가 나만을 위해 만든 '치료제'

최근 병원 신세를 졌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결혼이라는 큰일을 치르고, 마음이 시나브로 풀어졌을 수도 있었겠다. 수천 번도 넘게 다녔을 그 길이었지만, 새벽녘에 그만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팔에 깁스하고 병원에 며칠 입원해 안정하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 생활은 그야말로 고역(苦役)이었다. 매일 이리저리 뛰며 일분일초를 아껴 쓰던 필자에게 3평 남짓 병원 방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은 안정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을 조장하는 것과 같았다.

정점을 찍는 고역은 병원 식(食)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에서는 음식을 미식(美食)의 개념이 아닌 약(藥)으로 보기 때문이다. 싱겁게 맞춰진 간 때문일까, 운동량이 부족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서일까? 왕성했던 식욕은 좀처럼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굶주림은 날카로운 가시보다 더 예민하다고 했던가. 예민함은 어느새 애꿎은 아내에게 향하고 있었다. 투정과 짜증을 참다못한 그녀와 첫 부부싸움을 한 다음 날 아침이었다. 게슴츠레 눈을 떴는데 그녀가 앞에 있었다. 손에는 보온통이 들려 있었다. "밥을 통 못 먹는 것 같아 좀 만들어 왔어요"라고 말하며 그녀가 보온통을 열자, 그 안에는 전복죽이 담겨 있었다.

단언컨대, 죽은 웬만한 노력 없이는 맛이 안 나는 음식이다. 볶고 끓이고 젓고를 반복해야 하며 불 조절도 유독 신경 써야 한다. 그 힘든 음식을, 음식 솜씨가 뛰어나지도 않은 그녀가 훌륭히 소화해 낸 비결은 아마도 오롯이 필자만 생각하면서 정성을 들였기 때문 아니었을까. 미식가 남편을 위해 남보다 몇 배 더 노력했을 모습을 떠올리자 코끝이 찡해졌다. 그녀가 만든 죽은, 가장 좋은 영양제이자 치료제였다.

[전복죽 레시피]

●재료(1인분 기준)

전복 2개, 쌀 1컵, 참기름 2큰술, 물 5컵, 소금 약간

●조리법

1. 껍데기에서 전복을 떼어내 솔로 살살 문질러 씻은 다음 얇게 채 썬다. 전복 내장은 소금물에 씻어 푸른 즙만 따로 받는다.

2. 쌀을 씻어 충분히 불린 다음 건져 성글게 빻는다.

3. 냄비에 참기름을 두른 뒤 전복을 넣고 강불에서 살짝 볶는다.

4. 볶은 전복에 빻은 쌀을 넣고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물을 조금씩 부어 넣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쌀알이 충분히 퍼지도록 끓인다. 여기에 전복 내장을 넣어 고루 섞고 소금으로 간한다.

5. 그릇에 먹기 좋게 담으면 완성.

조선일보 이유석 레스토랑·펍 루이쌍끄 오너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