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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그 남자가 전해준 마들렌의 온기

4년 전, 파리에서의 요리 유학을 마무리할 즈음이었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달간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곳은 특이하게도 주방의 모든 직원이 일본인이었다. 파리 한복판에서 일본인 요리사들로만 구성된 프랑스 레스토랑이라는 아이러니. 일본인들과 섞여서 일하는 것은 생소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었다.

손님이 적은 어느 날이었다. 고지상이 메뉴를 개발한다고 이것저것 만들었는데, 그중 마들렌이 있었다. 평소 마들렌을 좋아해 덥석 집어 입에 넣었다. 그 맛이 참으로 훌륭했다.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는데, 웬일로 그가 살며시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닌가.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그에게 말을 건넸다. "고지상, 당신의 마들렌 만드는 방법 좀 가르쳐줄 수 있어요?"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기도 하고, 친해지고 싶다는 신호이기도 한 그것에 그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표정이 굳더니 "이 마들렌 레시피는 나만의 노하우이고, 여기 자산이기도 해. 그래도 필요하면 셰프님께 허락을 받고 오시든지"라며 쏘아붙였다.

두 달이 흘러 그곳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친구 K와 작별 인사차 만났는데, 그가 주머니에서 깔끔하게 접힌 종이를 건넸다. "고지가 너한테 주라고 부탁하더라. 셰프 허락 없이 주는 거니깐, 혼자만 보라고 신신당부하면서. 녀석, 겁은 많아서."

종이에는 마들렌 레시피가 투박한 글씨체이지만 정성껏 적혀 있었다. 사실 그곳의 마들렌이 최고라서, 그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와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의향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다. 늦게나마 동료이자 친구로서의 화답을 들은 것 같아 기뻤다. 따뜻한 마들렌의 온기가 그렇게 전해지고 있었다.

마들렌 레시피

●재료(1인분 기준)

밀가루(박력분) 100g, 슈거파우더 120g,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버터 110g, 레몬껍질 1개분, 레몬즙 1큰술, 굵은 소금 약간(15개분)

●조리법

1. 레몬을 굵은 소금으로 박박 문질러 깨끗하게 씻고 껍질을 강판에 간다.

2. 달걀은 거품기로 잘 풀고 슈거파우더를 넣어 부드럽게 풀어준다.

3. 레몬껍질과 레몬즙을 넣고, 체 친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넣어 섞는다.

4. 중탕으로 녹인 버터를 넣고 섞은 뒤, 반죽 표면이 매끄러운 상태가 되면 비닐랩을 씌워 1시간 정도 냉장 휴지시킨다.

5. 마들렌틀에 버터를 바른다. 짤주머니에 4의 반죽을 담고 틀에 80% 정도 차도록 채운다. 섭씨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15~20분 굽는다.

조선일보 이유석 레스토랑·펍 루이쌍끄 오너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