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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원한 한 그릇, 어릴 땐 왜 그리도 싫었는지

지금이야 냉면이라면 사족을 못 쓰지만, 꽤 오래 냉면을 싫어했다.

냉면을 다시 먹게 된 건 요리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3년 전이다. 레스토랑 자리를 알아보러 매일 발품을 팔던 때였다. 여름철 뙤약볕 아래 적잖이 땀을 흘리던 중 지인에게 저녁 초대를 받았다. 웬 떡이냐 싶어 찾아간 그곳은 을지로에 있는 냉면집이었다. 냉면 위에 놓인 고명이나 먹으려는 심산이었으나, 차가운 육수를 보자 어느새 회가 동했다.

한 젓가락 들어 입에 넣은 것도 잠시,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이 어느새 목을 타고 넘어가고 있었다. 밋밋하면서도 담백한 육수를 마시니 생각보다 거부 반응은 없었다. 한낮의 폭염 속에서 쏟아낸 한 바가지 땀에 대한 보상 같았다.

놀라운 사건은 며칠 뒤 발생했다. 밍밍한 그 냉면 맛이 계속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계기로 서울의 냉면집들을 탐방하기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냉면의 계절을 맞아 며칠 전, 냉면을 먹으러 갔다. 한참 기다리다 가족 손님과 합석하게 됐다. 심드렁하게 냉면 가락만 세는 아이와 감탄사를 내뱉으며 국물을 들이켜는 부모의 대조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단언컨대, 냉면은 나이가 들수록 맛있는 음식이다.

냉면 레시피

●재료

냉면 사리 300g, 배 ¼개, 오이 ½개, 무 ?개, 달걀 1개, 육수 3컵(2인분 기준)

육수 재료 : 쇠고기 양지 200g, 대파 1대, 통마늘 6쪽, 생각 ½쪽, 물 10컵, 통후추 ½작은술, 무 ?개

●만드는 법

1. 냄비에 냉면 육수 재료를 넣고 불에 올린다.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서 1시간 동안 푹 고아준다. 건더기는 체로 건지고 육수는 식혀서 국간장, 설탕, 식초, 소금으로 간한 다음 차갑게 식힌다. 양지는 편으로 얇게 썬다.

2. 무와 오이는 각각 소금 ½작은술에 20분간 절여 살짝 짠 다음 식초와 설탕으로 무친다. 달걀을 완숙으로 삶아 반으로 썰어놓는다.

3. 냉면 사리를 끓는 물에 1~2분 삶아 찬물로 헹궈 1인분씩 똬리를 틀어놓는다.

4. 사발에 사리를 담고 무와 오이, 양지, 삶은 달걀, 배를 얹는다. 차게 식힌 육수를 부어 낸다.

조선일보 이유석 레스토랑·펍 루이쌍끄 오너셰프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