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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물린 곳 계속 커진다면 `농가진` 의심

모기에 물리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가려우면 긁게 된다. 이진순 씨(34)도 큰딸이 모기에 물리고 나서 '평소와 같이 물파스만 바르면 곧 진정이 되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물집이 가라앉기는커녕 크기도 커지고 색상도 검어졌다. 그제야 단순히 모기에 물려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농가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농가진은 상처 부위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가 침투해 2차적으로 물집과 진물이 생기고 딱지가 지는 2차 감염병을 말한다. 황색포도알균과 화농성 사슬알균이 원인인데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난 상처 또는 모기에 물린 부분을 긁었다가 발병하는 사례가 흔하다.

농가진은 바이러스와 세균, 곰팡이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어서 시기적으로 여름철인 7월과 8월에 가장 많이 생긴다. 덥고 습한 날씨는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일 뿐만 아니라 인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모기와 같은 벌레도 많다.

면역력과 연관되다 보니 어른보다 유아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신선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쉽게 지치기 일쑤인 여름철은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잘 챙겨 먹지 않는 등 식욕 부진과 탈수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라며 "이때 몸속으로 세균이 침투하면 평소와 달리 감염병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농가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09년 27만69명, 2010년 29만2178명, 2011년 29만8916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월별로 진료 인원을 살펴보면 7~8월에 가장 많다. 특히 8월은 5만9564명으로 월평균 진료 인원(2만7238명)보다 2배가량 많다. 7월 진료 인원은 4만1928명으로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농가진 환자가 여름에 많은 것은 모기와 같은 벌레가 많은 시기인 데다 많은 사람이 휴가를 맞아 산과 바다로 나들이를 갔다가 벌레에 물리기 때문이다.

약을 구하기 어렵던 시절에는 모기에 물리면 침을 바르고 손톱으로 십자가 표시로 꾹 눌러 가려움증을 완화시키곤 했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다가 피가 나 딱지가 앉는 예도 있었다. 행여 그동안 모기에 물린 아이에게 '우리가 어릴 때는 모기에 물린 후 침을 발랐다'며 별다른 치료를 해주지 않은 적이 있다면 '운이 매우 좋았다'고 여겨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상처 부위로 세균이 침투해 더 큰 병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선희 교수는 "농가진은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환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항생제를 바른 다음 더 이상 물집이 생기지 않으면 전염성이 사라졌다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