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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땀에 젖은 마음 달래준 '파에야' 한 그릇

혼자 레스토랑을 가기도 멋쩍어 참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스페인의 북부 도시 산세바스티안에서 요리 유학 중이던 후배 강민구군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버스를 타고 거기로 가는 중"이라 했다. "내일이 형 생일이잖아요"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나도 잊고 있던 내 생일을 축하해주러 버스로 꼬박 14시간을 온 그와 함께 파에야 식당을 찾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파에야를 수저 가득 퍼서 입에 가져갔는데, 입안 가득 해산물 특유의 풍미가 퍼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파에야를 권하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 순간부터 필자에게 파에야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음식이 됐다.

식탁에 앉아 파에야를 한술 뜨는데, 직원들에게 스페인에서의 추억을 곁들여 레시피를 가르쳐줬던 기억이 났다. 고맙게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정성껏 만들어준 것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만드는 내내 무거운 마음을 걷어내고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함께 담았을 것이다. 음식은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고 배려임이 틀림없다.

파에야 레시피

●재료

쌀 2컵, 새우 6마리, 홍합 10개, 오징어 ½마리, 양파 ½개, 해물 육수 2½컵(없으면 물로 대체), 다진 마늘 1작은술, 올리브오일 ¼컵, 화이트와인 ¼컵, 소금·후추 약간씩, 파프리카 가루 1큰술

●조리법

1. 오징어 내장을 빼내고 몸통은 링 모양으로 썰고 다리는 잘게 다진다. 홍합은 껍데기의 이물질을 떼어내서 손질해주고 새우는 내장을 손질하고 머리는 그대로 둔다. 쌀은 물에 한 번 씻어서 준비하고 양파는 잘게 다져서 준비해 놓는다.

2.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먼저 볶다가 다진 양파를 넣고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준비해둔 쌀을 넣고 볶는다.

3. 2에 파프리카 가루를 넣고 살짝 볶다가 해물 육수를 자작하게 넣어준다. 오징어와 새우, 홍합을 더해 끓인다.

4. 소금과 후추로 간한 다음 중간 불에서 20분 익힌다(이때 젓지 않는 것이 좋다).

5. 끓이는 중간중간 쌀이 얼마나 익었나 확인한다. 덜 익었으면 육수를 조금씩 첨가해가며 끓인다. 쌀이 딱딱하거나 너무 퍼지지 않고, 적당히 꼬들꼬들한 상태가 되면 완성이다.

조선일보 이유석 레스토랑·펍 루이쌍끄 오너셰프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