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donga.com/3/all/20130902/57382313/1

남자답다, 여성스럽다?… ‘꼼꼼남’ ‘털털녀’ 세대!

기질에 따른 초등생 자녀 지도법

등 뒤쪽으로 흘러내리는 긴 생머리를 하고 원피스나 시폰 치마를 즐겨 입는 대전지역 초등 4학년 박모 양의 취미는 ‘땀 흘리며 뛰어놀기’다.

요즘 ‘감성적이고 섬세한 남학생’과 ‘활동적이고 털털한 여학생’ 등 전통적 성 역할과는 다른 기질을 가진 남녀학생이 늘어나면서 자녀의 기질에 맞는 지도법을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경기지역 초등학교 6학년 장모 군은 웬만한 여학생보다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 학교 공부를 하면서 표와 그림까지 활용해 자료를 정리한 뒤 다음 날 선생님들에게 브리핑을 할 정도다. 성격도 내성적이라 친구들과 일일이 소통해야 하는 ‘소규모 그룹 지도’ 학원을 마다하고 많은 학생이 모여 공부하는 강의식 수업을 선호한다. 여러 학생들 속에 ‘묻혀’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섬세한 남학생이 느는 한편으론 ‘터프’한 여학생도 많아진다.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축구를 할 땐 남녀를 나누지 않고 여학생들도 함께 뛰어노는 건 기본”이라고 전했다.

자녀기질 맞춰 지도해야

많은 초등교사와 교육전문가는 “학부모가 자녀의 기질을 고려하지 않고 생물학적 차이에만 집중해 교육한다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부모가 “너는 남자답지(또는 여자답지) 못하게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자녀를 지적하면 아이는 자신의 모습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것.

홍경화 서울 역삼초 교사는 “특기나 취미활동도 아이의 성향에 맞춰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섬세한 성격이고 뛰어노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남자아이에게 적극적인 성향을 찾아준다며 강제로 운동을 시키면 스트레스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녀와의 의사소통 방식도 기질에 따라 지혜롭게 선택할 수 있다. 박광선 서울대사범대부설초등학교 교사는 “성별에 관계없이 외향적 성향의 아이는 부모가 조언자나 상담자 같은 역할을 하기보다는 친구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 좋다. 다소 과장되더라도 ‘와∼. 정말 최고다!’와 같이 칭찬하면 아이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내향적 자녀는 꼼꼼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다소 과장된 칭찬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는 것. 이런 자녀라면 아이의 생각과 계획을 존중하면서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

섬세한 기질의 아이는 다른 학생의 공부를 도와주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그룹스터디 형태로 공부를 시키면 학습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동아일보 이태윤·이강훈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