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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익률로 투자 권유 땐 의심을… 계약 내용은 문서화

금융사기 예방법

소중한 노후자금이 금융사기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게, 그, 내 계좌보다 친구 계좌로 직접 돈을 넣어주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알았다. 그럼 그 친구 계좌번호 좀 불러봐." 소설'오레오레'에서 주인공 히토시가 몰래 훔친 휴대폰 주인의 어머니에게 아들 행세를 하며 돈을 받아내는 장면이다. 오레오레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이웃 나라 일본의 대표적인 보이스피싱 방법으로, 고령자에게 전화를 걸어 "오레오레(おれおれㆍ나야 나)"라며 가족인 것처럼 속인 뒤 돈을 받아 챙기는 범죄다.

우리나라에서도 노후자금을 노린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고령자와 은퇴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최근 전국 만 24~64세 25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1%가 금융사기와 관련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50대와 60대 가운데 금융사기 관련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각각 25.4%, 25%로 나타나 20대에 비해 1.5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50~60대 넷 중 한 명이 금융사기의 대상이었던 셈이다. 또한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입은 손실액은 평균 3825만원이었지만 60대의 피해금액은 평균 8250만원으로 전체 평균의 2.1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금융사기 피해가 가시화되자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은 증가하고 있는 노인 대상 금융사기 등을 예방하기 위해 대한노인회와 노인 금융생활 안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금감원은 앞으로 노년기에 필요한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노인 상담사 등을 금융교육 강사로 양성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고령자들이 금융사기에 쉽게 넘어가는 이유는 은퇴 후 불안정한 삶 속에서 노후자금을 불리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은퇴 후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 모르는 사람이나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로 투자 권유를 받는 경우 단호하게 관심이 없음을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투자 결정 마지막 단계에서는 금융당국이나 금융회사 또는 관련 자료나 정보를 통해 투자의 합법성을 확인하고, 전문가 등과 함께 결정하고 모든 계약 내용을 반드시 문서화해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김종욱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