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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 사이 야생화 천국
산청·합천 황매산 야생화 여행
말간 청남색 하늘에 구름이 간간이 게으른 듯 지나갔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야사모(www.wildplant.kr)'의 올 하반기 정기모임이 열린 19~20일 경남 산청군 황매산(黃梅山·1108m)은 억새와 구절초 등 가을꽃들로 질펀했다.
황매산은 봄에는 철쭉이 유명하지만, 가을에는 억새와 함께 여러 종류의 들국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 있다. 사방으로 고속도로가 지나 교통이 편리한 데다 경치가 좋아 한 번 방문한 사람은 다음에 다시 찾는다고 한다. 임도 양편엔 하얀 구절초, 노란 산국, 연보라색 쑥부쟁이 등이 산등성이를 흠뻑 덮은 듯 피어 있었다. 야생화 꽃밭 뒤로 멀리 높은 구름 뒤에 숨은 지리산 천왕봉이 보였다.
능선에 드넓은 억새밭이 보였다. '지금까지의 풍경은 이 억새를 보기 위한 예고편이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아늑한 솜이불 같은 억새밭 사이로 사람들이 보였다 사라지곤 했다. 억새는 서걱이며 서로 정을 나누는 듯하다.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 능선에 서서 지나가는 바람과 얘기를 나눠 보라고 하고 싶다.
황매산은 정상에서 보면 경치가 활짝 핀 매화꽃잎을 닮았다고 해서 '황매'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황매산에는 칡과 땅가시, 뱀 등 세 가지가 없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이곳에서 수도하던 무학대사를 보살피러 온 어머니가 산기슭을 걷다가 칡넝쿨에 넘어지고, 땅가시에 긁혀 상처가 나고, 뱀에 놀란 사실을 안 무학대사가 산신령에게 백일기도를 드린 후 세 가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능선을 샅샅이 살펴본 '꽃 사냥꾼'들이 하산을 시작했다. 지나는 곳마다 도시락을 먹던 등산객들이 웃는 얼굴로 김밥 한 줄 내어주며 '좀 들고 가시라' 권한다. 저 산밑 세상도 이렇게 정다웠으면 좋겠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둥그렇게 손을 잡고 다 같이 큰 소리로 "사람이 꽃이다"를 외쳤다. 언제 또 이 그리움과 바람이 나를 여기로 데려와 줄까.
여행수첩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이용해 단성 나들목에서 나온다. 이어 신등면·가회면 방향으로 가면 황매산 가는 길에 들어설 수 있다. 생초나들목을 이용할 수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합천 가는 버스를 탄다. 합천읍에서 가회·덕만행 버스를 타고 가다 덕만 주차장에서 내리면 바로 등산을 할 수 있다.
황매산은 크게 산청군과 합천군에서 오르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덕만 주차장~모산재 코스, 회양리~북동릉~정상 코스, 장박리~떡갈재~정상~모산재 코스 등이 대중적인 코스다. 산청군 차황면 장박리를 출발해 황매산 정상에 오른 다음, 모산재를 지나 합천군 가회면 영암사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관통 코스는 산행거리 14㎞ 남짓, 6시간 정도 걸린다.
조선일보 글=전광주·야사모 회원(닉네임 우구리) / 사진=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