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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공감대 형성… 바른 인성 기르고 세상 보는 눈 키워

부모와 함께하는 동아리, 이래서 좋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많은 학부모가 “갈수록 자녀와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보니 부모는 잠시나마 대화 시간이 생기면 시급한 현안인 ‘공부’ 이야기를 꺼내고 결국에는 서로 빈정 상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공부 시간을 빼내 대화 시간을 갖거나 함께 무언가를 하기에는 심적으로 부담스럽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정규 동아리 활동에 학부모 참여를 유도해 ‘부모 합세형’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있어 눈길을 끈다.

경문고 '따봉'ㅣ어른 아닌 동료로 참여… 활동 풍성

최근 서울 경문고(동작구 동작동) 도서관에서는 학생과 학부모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랑는타우(42)씨 가족의 특강이 열렸다. 베트남의 사회, 문화, 경제에 대한 소개와 결혼이주자로서 겪은 생생한 한국 적응기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 귀를 기울였다. 올해 지역교육청 평생교육거점학교로 선정된 경문고 동아리 '따봉'(따뜻한 봉사활동의 준말)은 지난 4월부터 학부모, 학생, 지역 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따봉'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동안 이주 노동자, 국제 난민, 결혼 이주여성, 북한이탈주민과의 만남을 갖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바자회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서라벌고 '샤프론봉사단'ㅣ인성·학습동기 키워

봉사활동은 아이들의 인성은 물론 생각이나 태도까지 생활 전반을 바꿔놓았다. 정희진(49)씨는 "봉사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아이가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지고 바른 인성을 기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아들 김윤창(17·2학년)군은 "어릴 때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를 리필해 달라'는 말도 못할 정도로 소극적이던 성격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어머니 전혜정(45)씨와 중학생 때부터 봉사활동을 해온 구본경(18·3학년)군은 고 2 초반, 한 복지원에서 60대 할아버지의 영어 공부를 도우며 학습동기를 새로 얻었다. 구군은 "60대 나이에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은 어르신을 보면서 슬럼프에 빠진 제 모습을 반성했다"고 말했다. 봉사는 그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군은 "미아 찾기, 연탄 배달 등의 봉사를 하면서 더 이상 미아가 발생하지 않는 도시, 소외된 이웃도 쾌적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설계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부모·자녀가 봉사활동을 함께할 땐 어떤 장점이 있을까? 김용순(41)씨는 "사실 청소년기는 봉사활동에서 큰 몫을 한다기보다는 부모 지도 아래 봉사의 가치를 배우는 나이"라고 설명했다. 아들 이승빈군(16·1학년)은 "부모님과 대화가 많아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모가 함께할 경우 봉사의 질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권순민(17·2학년)군은 "부모님과 함께 할 땐 장애인·독거노인 돕기, 교육봉사, 애국봉사 등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권군의 어머니 윤성해(46)씨는 "아이에게 유익한 경험을 시킬 목적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이 저와 아이 모두를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글=조찬호·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사진=김종연·이경민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