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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병 막고 성장·발육 돕고 김장은 한국인 건강 지킴이

사계절 내내 채소를 거두어 갈무리하거나 저장·발효음식을 만드는 문화가 있는 우리 민족에게 김장이나 장 담그기는 명절만큼이나 큰 행사다. 조선후기 문헌인 『동국세시기』(1849)는 10월의 세시풍속으로 김장과 장 담그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서울 풍속에 무·배추·고추·마늘·소금 등으로 독에다 김치를 담근다. 여름의 장 담그기와 겨울의 김장 담그기는 일반 가정에서 1년 중 아주 중요한 행사다”라고 했다. 이러한 풍습이 지금까지 전해져 많은 가정에서 아직도 초겨울엔 김장을 담그며 일부 가정에서는 여전히 겨울∼봄 사이의 장 담그기에 정성을 다한다.

채소와 곡식으로 만든 김치와 장은 원재료보다 훨씬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소금·젓갈·고춧가루 등이 만나 ‘김치’라는 독특한 음식이 되고 콩과 물·소금이 만나 ‘장’이라는 독창적인 소스가 되는데 이 사이에 ‘발효’라는 신비로운 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발효식품은 생식품일까, 익힌 식품일까. 생 채소를 소금에 절여 만드는 김치는 열에 의한 조리를 하지 않았으니 생것으로 보는 것이 적당해 보이나 ‘익은 김치’란 말은 또 이를 헷갈리게 한다. 날 것도 익힌 것도 아닌 것, 썩고 삭는 것, 미생물의 도움을 빌려 새로운 맛으로 탄생하는 것이 바로 발효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발효과정을 통해 평범한 채소였던 배추는 영양과 맛이 월등히 증가한 ‘김치’라는 음식이 된다.

이처럼 김치는 그야말로 남녀노소에게 유익한 식품이다. 젖산균이 풍부하기 때문에 성인병에 효과적이며 성인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대장암과 여성에게 생기기 쉬운 변비를 예방한다. 채소와 양념류에 들어 있는 풍부한 영양소는 어린이의 성장 발육을 돕고 노인의 몸을 보한다. 김치는 가족 구성원에게 모두 필요한 우리 식탁의 건강 지킴이인 셈이다.

어르신 먹기 좋은 숙깍두기

숙깍두기는 무를 살짝 삶아 만드는 전통김치의 일종으로, 이가 부실한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이 담긴 아름다운 음식이다. 숙깍두기의 조리법에 대해서는 1900년대 초 고조리서에 언급돼 있는데, 『조선요리제법』은 숙깍두기에 대해 "무를 삶아 오 푼 장광(길이)으로 두 푼 운두(높이)로 썰어서 다른 깍두기에 넣는 약념(양념)법대로 만들어 넣어 섞어서 항아리에 담았다가 익은 후에 먹나니 노인을 위해서 매우 적당하니라"고 했고,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무를 삶아서 썰어 깍두기를 담그면 무가 물러서 노인의 공양에 매우 합당하니라"고 나와 있다.

재료=무 2개(3kg), 소금 1큰술, 미나리 4분의 1단(50g), 쪽파 4분의 1단(80g), 고춧가루 2분의 1컵, 마늘 6쪽, 생강 1톨, 새우젓 2큰술, 소금·설탕 약간

만드는 법=①무는 깍둑썰기 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 건져 놓는다. ②미나리와 쪽파는 3cm길이로 자르고, 마늘과 생강은 곱게 다진다. ③무에 고추가루·마늘·생강을 넣어 버무린 다음, 다진 새우젓과 미나리·쪽파를 넣고 다시 가볍게 버무린다. ④젓국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기호에 따라 설탕을 조금 첨가하기도 한다.

중앙일보 정희선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