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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가 되레 감기 주범?

직장인 김보경 씨(38)는 초겨울 이맘때쯤 되면 감기를 연례행사처럼 앓는다. 회사 주변의 병의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아 먹었지만 잘 낫지 않는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나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겨울철이면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환절기나 초겨울 만성적인 감기에 시달리는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는 흔히 우리 몸의 면역력 저하와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최근 몸의 면역력 저하가 항생제의 오ㆍ남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뉴욕대 랑곤 메디컬센터 마틴 블레이저 박사 연구팀이 "항생제가 우리 몸의 유해한 세균뿐만 아니라 유익한 세균까지 없애 인체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있다. 감기와 천식, 장염, 비만,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의 발병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연구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영국 질병관리본부(PHE)도 지난 18일 "콧물이 흐르고 가래가 녹색을 띤다고 하여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면 안 된다"며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질환이지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박테리아가 원인이 아니다"고 권고했다.

우리나라 항생제 하루 평균 사용량은 2006년 기준으로 2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21.3%보다 높다. 항생제 사용량 수치가 23.8%라는 것은 하루에 성인 1000명 중 23.8명이 항생제를 복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의사의 항생제 처방률도 52%로 나타나 미국 43%, 네덜란드 16%에 비해 높다. 특히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많이 찾는 1차 의료기관인 의원에서는 항생제 처방률이 59%를 기록해 45%인 병원보다 높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하반기 약제급여적정성평가를 해본 결과, 감기(급성 상기도감염)의 전체 항생제 처방률은 44.34%로 2002년 73.64%보다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여전히 높다.

국내 항생제 처방의 대부분은 감기가 원인이다. 항생제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약이지만 바이러스가 발병원인 감기에 처방하는 것은 잘못됐다.

한양대 구리병원 한동수 교수는 "항생제가 장내의 정상 세균총을 파괴해 감염을 일으킨다"며 "항생제 사용 후 설사와 같은 증상이 있을 때는 사용 항생제를 중단하고 장염발병 여부를 우선 확인해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