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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소득 정한후 위험자산 비중 조절하라

199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MIT 교수가 지난 10년간 고민한 문제가 있다. 바로 은퇴 후 살아가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어떻게 짜느냐다. 머튼 교수는 "한 개인이 평생 동안 일해서 번 소득을 가지고 투자를 해서 은퇴 이후 적절한 자금을 확보한다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면서 "IQ가 아주 높은 물리학자도 어려울 정도로 은퇴설계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머튼 교수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은퇴기금 확보를 위한 대응'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머튼 교수는 기존의 은퇴와 노후설계에 대한 것은 모두 잊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은퇴할 때까지 10억원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나, 100에서 내 나이를 뺀 만큼 주식에 투자하라는 조언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머튼 교수는 그보다는 은퇴 후 자신이 얻고자 하는 소득을 먼저 결정하고, 여기서부터 거꾸로 내가 얼마를 저축해야 하고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선택하라고 주문했다. 보유한 자산을 늘리고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을 추구하다가는 오히려 너무 많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튼 교수는 특히 전 세계적으로 퇴직연금제도가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DC)형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은퇴 후 소득과 월 저축액, 은퇴 시기를 입력하면 마치 자동차 계기판을 보듯이 한눈에 달성 가능성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머튼 교수는 "1977년에는 개인별 맞춤형 은퇴설계가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머튼 교수는 장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선 장수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수 보험은 85세 이후까지 생존할 경우에만 받을 수 있는 연금을 말한다.

노령화 시대 '무전장수(無錢長壽)'가 최대의 리스크가 된 만큼 보험을 통해 이를 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머튼 교수는 은퇴설계가 단지 개인이 아니라 국제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은퇴자금 마련을 연구한 것은 이것이 현실에서 연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며 "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수십만 수백만명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이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