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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절벽 사이로… 나타났다, 숨어 있던 폭포가
연천 기경(奇景) 재인폭포와 역고드름 터널
◇협곡에 숨은 재인폭포
연천은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점에 있다. 3번 국도 통일로를 따라 전곡읍내를 지나 우회전해 궁평삼거리까지 간다. 거기에서 좌회전하면 여행이 시작된다. 문득 풍경이 달라진다.
우선 재인폭포다. 폭포는 한탄강에 있다. 철원, 연천, 포천 일대를 흐르는 한탄강은 화산활동이 만든 협곡이다. 용암이 흘러가며 깎아놓은 협곡을 따라 강줄기가 형성됐고, 가끔은 그 강줄기가 푹 꺼지며 폭포가 됐다. 그래서 재인폭포는 보이지 않는다. '내려가야' 볼 수 있다.
주차장 오른쪽 산책로 끝이 전망대다. 바닥을 강화유리로 만든 전망대 왼쪽 아래에 폭포가 있다. 얼어붙은 물줄기 양편으로 날카롭게 각이 진 바위들이 자기들 세상을 이뤘다. 주상절리(柱狀節理)다. 공기 중으로 나온 마그마가 급하게 식어 줄어들면서 사각, 육각형 기둥처럼 굳은 지형이다.
아래로 내려가면 절벽면에 뚫린 작은 동굴들 안에 쌓아놓은 돌탑들이 보인다. 지표 아래에 있는 폭포도 신기하거니와 비현실적인 풍광은 더 신기하다.
◇터널 속에 빛나는 얼음기둥
신탄리역으로 북상한다. 신탄리에 도착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풍경이 기다린다. 국어사전에 없는, '역고드름' 터널이다. 역에서 3.5㎞ 더 가면 오른편 고대산 중턱에 일제강점기에 만들다 만 터널이 하나 있다.
그 안은 지금 얼음 세상이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종유석처럼 땅에서 자라나 얼음기둥이 됐다. 지름이 10㎝는 넘을 투명한 기둥들이 어둠 속에서 꼿꼿하게 도열해 있다. 터널은 폭 15m에 깊이 40m 정도다.
천장에서는 시멘트가 녹아서 젖꼭지처럼 자라나 있다. 석회석이 녹아 만들어지는 현상이 종유석이니 이 터널 천장은 원리적으로는 진짜 종유석이다. 2월 중순까지 기둥들은 착하게 서 있다가 봄바람을 타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시간이 되면 포천에 있는 비둘기낭폭포도 가본다. 재인폭포를 3분의 1 정도로 축소한 폭포다. 재인폭포에서 차량으로 40분 거리다.
여행 마무리는 전곡에 있는 한탄강 관광지에서 한다. 잘 정비해놓은 강변 산책로도 좋고 그 앞에 있는 전곡리 선사 유적지도 좋다. 중간에 배가 고프면 언제든 이곳에 있는 식당에 들러서 배를 채우면 된다. 목적지들끼리 거리가 멀지 않아서 방문 순서를 바꿔도 상관없다.
조선일보 박종인 여행문화 전문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