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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퀵퀵~스쿠터, 봄의 구석구석을 스치다

◆ 천년의 고도 경주의 봄

대릉원~첨성대~분황사, 제주에 필적할만 야경 유명한 안압지ㆍ보문단지도 필수코스

스쿠터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곳이다. 지금, 봄 기운 슬슬 드러내는 경주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데 스쿠터만한 게 없다. '슬로슬로 퀵퀵' 리듬과 템포, 조절해 가며 천년의 역사를 느껴볼 수 있다.

경주 스쿠터 렌탈의 메카는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이다. 이곳에만 8~9곳 정도 대여숍이 있으니 입맛대로 골라잡으면 된다.

가만히 보니 코스도 압권이다. 절대 제주에 밀리지 않는다. 대부분 스쿠터 여행 코스는 자전거 여행 코스와 겹친다. 인상 좋게 생긴 렌탈숍 아저씨가 강추하는 스쿠터 투어 루트는 이렇다. 일단, 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대릉원-첨성대-안압지-박물관-황룡사터-분황사를 거쳐 보문단지를 돌고 오는 반나절 코스다.

놀랍다. 확실히 다르다. 차로 지날 땐 딱, 시속 100㎞ 달리는 속도만큼 총알처럼 흘러가던 풍경이 40~50㎞ 속도에 맞춰 눈에 팍팍 박힌다.

백미가 한때 드라마 선덕여왕 때문에 유명세를 탄 첨성대다. 첨성대 옆에는 팽이치기 윷놀이 등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어린 시절 수학여행 왔을 땐 그렇게 커 보였던 국보 31호인 첨성대. 40대 아저씨가 돼서 보니 참으로 앙증맞다.

첨성대를 돌아 나오면 안압지다. 이곳은 사진 포인트. 연꽃 단지와 스쿠터는 묘한 조화를 이루며 멋진 그림을 만들어 낸다. 아쉬운 건 아직 봄꽃이 피기 전이라는 것.

다음 코스 박물관과 분황사도 지척이다. 뭐니 뭐니 해도 스쿠터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보문단지다. 보문단지 할 때 '오리배'와 '자전거'가 떠오른 독자들, 미안하지만 구세대시다. 요즘 신세대는 스쿠터를 떠올린다. 보문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단풍 절경의 산책로를 짜릿한 스피드로 질주하는 맛은 색다른 묘미다.

잊을 뻔했다. 밤에는 기꺼이 안압지로 한번 더 달려가 봐야 한다. 요즘 달빛 기행이 대세라는 것, 귀띔해 드린다. 비밀, 한 가지 더. 낮의 안압지와 밤의 안압지는 차원이 다르다. 어떻게 다르냐고? 직접 가서 보시라.

매일경제 글=신익수 여행·레저전문 기자/사진=이승환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