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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은 사회가 가진 `힘의 척도`

장애 딛고 배우 겸 인권변호사 활동하는 김원영 씨

소년은 양지 바른 마루에 앉아 할머니가 사다주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마당에서 노는 강아지를 구경하며 자랐다. 열다섯 살까지 집에서만 자랐다. 모두 매미가 되는데 자신만 평생 애벌레로 지낼 것 같아 방황하던 그에게 역시 장애를 가진 사회복지사가 물었다. "장애가 있다고 특수대학에 가서 특수 회사에 다니고 특수한 장소에 갇혀 살래?" 소년은 자라서 인권변호사가 됐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만난 김원영 변호사(32)의 이야기다. 

"저는 지체장애인이지만 `장애인의 날`은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늘 장애라는 렌즈를 끼고 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골형성부전증이라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김 변호사는 서울대 사회학과와 같은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작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법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지인들과 함께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을 세웠다. 지난 1월 구로예술나무씨어터와 홍대가톨릭청년회관에서 두 차례 올린 연극 `테레즈 라캥`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인간의 조건인 노동, 특히 장애인 고용의 문제에 대해 김 변호사는 `다양성의 존중`을 강조했다. "국가와 사회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층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나요? 어떤 분야에선 장애인이 충분히 잘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복지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노동할 수 없는 존재들이 한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가가 그 사회가 가진 `상상력`의 척도이고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활동과 변호사 업무, 학업을 병행하며 누구보다 활기차게 살고 있는 그에게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대뜸 `지독할 정도로 씁쓸한 현실 속에서도 살아남을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했다.

 좌절하거나 초월적 운명에 기대기보다는 현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좌충우돌하면서 끊임없이 열등감과 우울함을 극복해간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바라는 세상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자존감을 가지고 어머니의 희생에 미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는 "제 다리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머니가 흘린 눈물이 배어 있지요"라며 `맞춤형 첨단보조기구`사업이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했다.

한미글로벌ㆍ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ㆍ사단법인 CEO지식나눔ㆍ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지원센터ㆍ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이 4년째 3억원을 들여 진행하는 이 사업은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장애인 활동 보조기구를 민간이 보조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매일경제> 김인오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