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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수록 투자수익 높아 '長壽 리스크' 덜어줘

종신연금이 유리한 이유는

연금제도의 주요 목적은 연금을 받는 사람과 부양가족에게 은퇴 후 안정적으로 소득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준비된 은퇴 자산보다 더 오래 살 위험인 장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장수 리스크란 은퇴 후 확보 가능한 소득이나 자산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때까지 살아 있을 위험을 뜻한다. 한국에서도 이제 적극적인 노후 소득 보장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 국민의 평균 수명은 2012년 기준 남자 77.9년, 여자는 84.6년으로 10년 전보다 남자는 4.6년, 여자는 4.2년 늘어났다.

은퇴자의 장수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세상을 뜰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는 종신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퇴직금을 연금 형식이 아닌 일시금으로 받고 이를 다른 곳에 투자해 은퇴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생각한다. 퇴직연금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퇴직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한 퇴직자 비율은 5.5%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을 '연금 퍼즐(annuity puzzle)' 또는 '연금 수수께끼'라고 한다. 연금 방식으로 퇴직금을 받는 것이 유리한데도 실제로는 연금 가입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학자들은 조기 사망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보다 현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른바 '단기 지향 심리' 때문이라고 말한다.

종신연금은 가입자가 오래 살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일종의 '생존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찍 세상을 뜬 사람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몫을 전부 나누어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연초에 60세인 여성 1000명이 1만원씩을 내고 이자율이 연 5%인 1년짜리 연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20%라면 한 해의 마지막 날 투자 기금은 1050만원(1만원×1000명+이자 50만원)이 쌓여 있고, 800명이 살아 있을 것이다. 남아 있는 생존자 800명이 연말에 남은 돈(1050만원)을 나눠 갖는다면 한 사람당 1만3125원이 돌아간다. 특정 기간을 정해놓고 개별적으로 연금을 받는 확정연금보다 수익률은 훨씬 좋다.

수명이 늘어날수록 종신연금이 유리하지만 종신연금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령화 시대에 금융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이 상품설명서와 안내서 등을 쉽게 만들어 정확한 정보를 안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선일보>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