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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매는 대한민국 … 가계소득 늘어도 돈 안 쓴다

젊어선 자녀 교육비에 허덕이느라 다른 데 돈을 못 쓰고, 은퇴 후엔 모아놓은 돈도 없고 여생(餘生)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니 허리띠를 더 바짝 졸라맨다’.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1% 증가할 때 민간 소비는 3.2%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동향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여준다. 같은 기간 가계의 실질 처분가능 소득 증가율은 1.4%였지만, 실질 소비증가율은 0.9%에 그쳤다. 이들 지표는 모두 가계가 지출을 자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볼 정도로 개인소득이 늘고, 처분가능 소득이 소비지출을 웃돌지만 돈을 안 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성향은 세금과 사회보장비를 제외하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에서 소비한 돈의 비중이다. 그래서 20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40~50대를 거치면서 소비성향은 떨어졌다가 소득이 줄어드는 60~70대에는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를 그래프로 연결하면 일반적으로 U자형을 그린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사교육비 조사 결과와도 일관성을 보인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000억원으로 절반이 넘는 10조9000억원이 중·고교생에게 지출됐다. 중·고교생의 가구주 연령이 주로 40대라는 점에서 40대의 소비성향이 높게 나오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실제 우리나라의 40대 가구주 처분가능 소득 가운데 14%가 교육비로 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미국에선 그 비중이 2.1%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허리띠를 더 바짝 졸라매고 있다. 지난 10년간 60대는 평균소비성향이 8%포인트, 70대는 18%포인트 떨어졌다. 모아둔 돈은 없고, 고령화로 인해 언제까지 살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KDI는 최근 배우자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도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맞벌이 가구 비중은 2003년 35%에서 지난해 38%로 상승했는데, 50대 가구에서는 38%→48%로 60대는 20%→26%로 증가폭이 더 컸다.

<중앙일보> 세종=김동호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