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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잘 씻어도 6만마리 감염세균 없앤다

이른 더위에 장티푸스·수족구병·이질 `수인성 질병` 주의보

다섯 살짜리 딸을 둔 이씨는 최근 아이가 고열과 함께 손발 부위에 물집이 잡힌 것을 보고 황급히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수족구병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족구병은 생후 6개월에서 6세 사이의 영유아들이 주로 걸리는데 감염 후 3~5일 동안의 잠복기가 지나면 미열, 식욕 부진, 콧물, 인후통 같은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특별한 합병증이 없다면 일주일 정도 지나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전염력이 강하고 발열, 두통 등 증상을 동반하는 무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100개소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족구병 표본 감시 결과, 외래환자 1000명당 수족구병 환자는 3.9명으로 예년 같은 기간(2.8명)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6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름철에 유행하는 수인성ㆍ식품 매개 감염병에 걸리는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수인성ㆍ식품 매개 감염병이란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면서 발생되는 질병이다.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질병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미 만들어진 독소에 의한 식중독도 흔한 발병 원인 중 하나다. 

수인성ㆍ식품 매개 감염병에는 수족구병을 비롯해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 이질,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등이 있다.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는 살모넬라균으로 인해 발생한다.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S. typhi)라는 균에 의한 장염이고, 파라티푸스는 살모넬라 파라타이피(S. paratyphi)가 일으키는 장염이다.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의 증세는 비슷하지만 파라티푸스가 장티푸스보다 증상이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세균성 이질은 이질균(Shigella)에 의해 발생되는 장염이다. 1~2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급속히 발병하며 대부분 일주일 정도 증세가 이어진다. 대변을 보고도 계속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이다. 확진은 대변에서 균 검사를 통해 균을 입증하는 것인데 3명 중 1명꼴로 균이 검출되지 않는다. 아직 유효성이 높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예방에 어려움이 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대표적인 수인성 질환이다.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고 집단적으로 심한 혈변이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처음으로 발견됐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병에 걸리면 대부분 일주일 이내에 자연 치유되지만, 환자의 5~10%는 심한 혈변과 신부전이 나타나는 합병증(용혈성 요독증)이 동반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수인성ㆍ식품 매개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지 않도록 평상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수다.
햄버거 고기와 같이 갈아서 만든 고기는 그 속이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조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육류나 어패류를 조리한 기구도 반드시 소독해야 한다. 손에 염증이 있거나 상처가 있으면 음식을 조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손씻기만 잘해도 한 번에 6만마리 감염세균을 없앨 수 있다. 

<매일경제> 김대기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