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042939

"시각장애 학생 음대진학이 목표죠"

29일 오후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설리번학습지원센터에서 듣기만 해도 땀방울이 연상될 만큼 열정적인 북소리가 흘러나왔다. 의자를 비롯해 그릇, 문짝 등 다양한 생활 속 도구를 활용해 리듬을 만들어내는 난타시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2시간에 걸친 `두드림 수업`이 끝나고 나자 14명의 아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차분히 두 조로 나뉘어 자신의 악기로 합주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여느 음악수업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지만 아이들에 앞에 놓인 악보에 점자가 가득한 것이 눈에 띄었다. 

서울 관악구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해 지난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시각장애 아동ㆍ청소년 음악캠프 `필 하모니(FEEL HARMONY)`의 연습 풍경이다. 

이 캠프는 음대 진학 등 전문 음악인을 희망하는 초ㆍ중ㆍ고교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해 마련됐다. 지난 17일 오디션을 거쳐 지원자 22명 중 캠프에 적합한 14명을 선발했다. 오전에는 학생의 전공악기에 맞춰 일대일 지도를 하는 `마스터 클래스`가 열리고 오후에는 합창, 합주는 물론 뮤지컬 공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예술감독이기도 한 해금 연주가 변종혁 추계예술대 겸임교수 등 대학 전ㆍ현직 교수 5명과 강사 10명이 직접 일대일 지도를 한다. 

그 동안 취미를 위한 음악 프로그램은 많이 진행돼왔지만 전문 음악인을 위한 고급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옥련 음악재활센터 부장은 "기존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은 `재활` 목적이 대부분이었고 음악에 관심이 많은 장애인 학생들은 혼자서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며 "캠프에서 전문가 교육을 통해 표현력을 높이며 음악적 견문을 넓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질이 있는 친구들끼리 만나며 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금을 배우는 임강현 군(14) 역시 "지금까지 가벼운 취미 수준으로 배워서 아쉬운 게 많았다"며 "유명한 교수님께 배우니 `전문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참가 학생 중에는 SBS 스타킹에 출연해 자작곡을 선보이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피아니스트 유지민 양도 포함돼 있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장학생 출신 시각장애 음악 전공 대학생들이 참여해 자신의 시행착오와 극복과정 등을 조언해주는 `멘토스쿨`도 진행된다. 학생들이 보다 현실적으로 진로에 대해 접근하기 위함이다. 

<매일경제> 정의현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