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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털어 '영상 강의' 보급 … 필리핀 감동시킨 대학생들

“개발도상국은 빈부격차만큼 교육격차도 크다. 공짜 동영상 강의를 만들어 주면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지지 않을까.” 처음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고, 결국 실천했다. 초등생용 동영상 강의를 만들어 필리핀 학교에 무상 공급 중인 울산과학기술대(UNIST) 동아리 ‘Mr.슈크리아’ 이야기다.

동아리 대표인 이향림(29)씨가 동영상 강의를 만들어 개발도상국에 보내기로 한 것은 2011년. 같은 학교에 유학온 파키스탄 친구를 만나면서다. 파키스탄 친구는 “모국은 빈부·교육격차가 심각해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 교육 동영상을 만들어 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같은 학교 이상덕(24), 노소연(21)씨와 함께 동아리를 만들었다. 슈크리아는 파키스탄어로 ‘고맙다’는 뜻이다. 결성 초기에 파키스탄 학생 2명이 참여했으나 지금은 의견 차이로 팀을 떠나 한국 학생들만 남았다.

처음엔 동영상 수업을 할 선생님이 없어 난감했다. 그래서 과외경험이 있거나 수업능력이 있는 대학생 2명을 아르바이트로 모집했다. 필리핀이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점을 고려해 영어실력이 좋은 학생을 뽑았다

지난 1년여 동안 주로 학교수업이 없는 날을 이용해 하루 3~4시간씩 동영상을 만들었다. 다른 과목 대신 기초학문인 수학에 눈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수학 과목을 택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필리핀 초등생 전 학년이 공부할 수 있는 수학 동영상 270편을 만들었다. 채용한 교사 2명의 수고비는 이씨가 사비 80만원을 털어 지급했다. 동영상을 모두 USB 1개에 담아 지난 1월 필리핀 중부의 민도르섬에 있는 초등학교 4곳에 보냈다. 이들 4개 학교에는 총 300여명이 재학 중이며 이 동영상으로 하루 1~2시간씩 공부하고 있다.

필리핀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집에서도 PC만 있으면 다시 들을 수 있어 교육 교재로서 효과가 컸다는 반응이다. 현지 교사들은 “처음 경험해보는 동영상 수업에 호기심을 느낀 학생들이 수학을 이해하고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SNS로 이씨에게 알려왔다.

필리핀 옥시덴탈 민도로(Occidental Mindoro) 대학 총장도 “지속적인 지원을 원한다. 필요한 게 있다면 협력하겠다”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 소식에 UNIST 측은 계속적인 사업을 위해 슈크리아에 160만원을 지원했다.

슈크리아는 이 돈으로 몽골 중학생에게 과학 수업 영상을 만들어 보내기로 하고 현재 동영상을 제작 중이다. 동아리 대표 이씨는 “필리핀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동아리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기업의 광고를 교육 영상에 넣거나 제작 후원을 받아 지속가능한 개도국 교육지원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차상은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