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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껴도, 라식을 해도 시력 0.3 안될 땐 '보는 법' 바꾸는 훈련으로 눈 재활해야
서울 노원구 사는 유모씨(67)는 올 들어 양쪽 눈에 황반변성이 생겨 글자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황반변성은 눈의 안쪽 망막 중심부에 변성이 생겨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유씨는 저시력클리닉에서 눈 재활훈련을 받은 뒤 다시 책이나 신문을 읽을 수 있게 됐다.
물체의 상(像)이 특수렌즈를 통해 망막 중 손상되지 않은 부분에 맺히도록 하는 훈련이 효과를 본 것이다.
교정시력 0.3 안되면 저시력치료
저시력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인공수정체, 라식수술 등의 방법을 써도 교정시력이 0.3 이하에 머무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 일각에서 라식에 대한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저시력 환자들과 혼동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유씨처럼 저시력 때문에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은 저시력 재활치료를 받아 ‘보는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저시력 재활은 0.1인 교정시력을 1.0으로 높여주는 식의 ‘근본적인 안과 치료’는 아니다. 최근에는 저시력 재활을 받는 50~60대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잘 보는 법 훈련
일반적인 ‘시력 개선’과 ‘눈 재활’은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시력 개선은 안경 착용이나 라식수술 등과 같은 방법으로 사물의 초점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눈 재활은 사물을 보는 습관을 바꾸거나 특수한 렌즈 등을 이용해 보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눈 재활은 크게 ‘보는 방법 재교육’과 ‘재활기구(렌즈·조명기기) 사용’으로 나뉜다. 망막 중앙의 황반이 기능을 잃는 황반변성에 걸리면 사물을 볼 때 직선이 휘어지다가 나중에는 가운데 부분에 검은 막을 씌운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이런 환자에게는 눈을 치켜뜨거나 내리뜨거나 사시(斜視)처럼 옆으로 봐서 ‘황반을 제외한 망막 부위’에 상이 맺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가르친다.
특수렌즈 사용
일반 재활치료에서 휠체어를 쓰듯, 눈 재활에서는 특수렌즈를 재활기구로 사용한다. 원리는 확대, 축소, 편위(偏位) 등 세 가지다.
확대는 근거리용 망원경에서 쓰는 특수렌즈를 이용해 물체의 상을 크게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황반변성, 백내장, 녹내장, 당뇨병성망막증 환자들에게 주로 쓴다. 축소는 녹내장이 진행돼 시야가 좁아진 환자에게 특수한 오목렌즈를 사용, 사물이 더 작게 보이도록 만들어 줌으로써 상대적으로 넓은 시야를 확보해주는 방법이다. 편위는 렌즈의 굴절 각도를 조절해 사물의 상이 프리즘을 통과하듯 꺾어져 들어와 망막 중 손상되지 않은 부분에 맺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황반변성 등에 적용한다.
눈 재활은 보통 4주 정도가 소요되며, 진료비와 재활기구 구입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현재 저시력클리닉은 중앙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남성심병원, 가천 길병원(인천) 등에 개설돼 있다. 저시력클리닉이 없는 일부 병원은 안과에서 진료한다.
<한국경제> 이준혁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