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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70% DB형에 쏠려…저금리에 기업 충당금 `눈덩이`
국내 퇴직연금은 DB형에 집중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6월 말 기준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60조4868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87조5000억원의 69.1%에 달한다. DC형 비중은 21.8%에 불과하다.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의 책임을 지는 DB형 연금은 운용수익률이 임금인상률에 미치지 못하면 회사가 퇴직연금 부채를 추가로 충당해야 한다.
종업원 1000명 규모의 한 중견 전자부품업체는 2008년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 5년간 급여를 매년 3%씩 올려준 이 회사는 올해 처음으로 임금상승률이 운용수익률을 앞질렀다. 이 회사는 올해 퇴직연금으로 50억원을 적립했는데, 금리가 더 낮아져 수익률이 0.25%포인트 하락한다면 이 회사가 내년에 적립해야 하는 퇴직연금 관련 부담액은 59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근속연수 증가에 따른 임금상승률까지 포함하면 퇴직연금과 관련한 회사 부담은 더욱 늘어나 향후 10년간 적립해야 하는 금액은 연평균 74억원까지 늘어난다. 금리 하락에 따른 추가 부담액은 10년간 46억7000만원에 달한다. 이 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퇴직금 제도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금리 하락에 따른 부담이 매년 늘어난다고 생각하니 당혹스럽다"고 털어놨다.
현재 상당수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상품 금리는 시중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편이다. 퇴직연금 가입 초기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대금리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퇴직연금 상품 금리는 일반 시중 정기예금 금리 수준에 수렴해가고 있다.
퇴직연금 부채로 대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엄청난 부채를 떠안았던 미국과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물론 한국은 미국과 달리 기업이 퇴직자 사망 시까지 연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연금 지급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전환을 유도해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은 기업의 재무적 관점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연금 수급권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적립액 100%가 근로자 계좌로 옮겨진 DC형과는 달리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상당수 기업이 퇴직금을 사외에 적립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하고 있거나 이마저도 장부상으로 유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퇴직금 제도 적용 대상 중소기업 중 퇴직금을 사외에 적립하고 있는 기업은 12.6%, 사내에 적립한 기업은 40.5%, 사내에 장부상으로만 적립한 기업이 46.9%에 달했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퇴직금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퇴직급여를 사외에 적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도산한다면 근로자는 퇴직금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정부도 이 점을 의식해 이달 초 내놓은 `사적 연금 활성화 대책`에서 기업 파산 등에 따른 근로자 수급권 침해를 막기 위해 DB형 사외 적립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기업의 사외 적립 비율은 2015년 70%, 2017년 80%, 2019년 90%, 2020년 이후엔 100%까지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기업도 사외 적립 비율을 높여가야 `충당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매일경제> 이은아기자 / 석민수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