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22/2014102202388.html
봄이 제철? 철 모르는 착각입니다
서해에서 즐기는 '가을 바다의 맛'
늦봄에 부화해 가을 맞은 주꾸미살이 야들야들해 맛있어요
주꾸미는 봄이 되면 成年 알에게 영양 다 전해줘 어미의 육질은 질겨집니다
◇봄보다 보드라운 육질의 가을 주꾸미
주꾸미는 새끼 사랑이 절절하기로 유명하다. 소라 껍데기 속에서 알을 품으면 먹이를 먹지 않고 알이 부화할 때까지 기다린다. 암컷은 빨판으로 알을 닦아주고 맑은 물을 흘려 산소를 공급하는 등 새끼가 제대로 부화하도록 온 힘을 쏟는다. 알이 부화하면 어미는 기운이 다해 죽는다.
주꾸미는 보통 1년생으로, 늦봄에 알에서 부화해 여름을 거치며 자라난다.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여름에는 자취를 감춰 잡히지 않는다. 그랬다가 찬 바람이 불락 말락 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한다. 가을에 잡히는 주꾸미는 비록 다 자라긴 했지만 아직은 어리다. 인간으로 치면 '청년'쯤에 해당한달까. 그러다 겨울을 거쳐 봄이 될 즈음이면 생식이 가능한 성체(成體), 즉 완전한 어른으로 다 자랐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어린 청년일 때보다는 질길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물량 적지만 가격은 봄보다 훨씬 저렴
서해안에서 규모가 큰 수산시장 중 하나인 보령 대천항수산시장으로 갔다. 주꾸미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80개 점포 중에서 주꾸미를 파는 곳은 서넛이 고작이었다. 물량은 적은 대신 가격은 봄보다 훨씬 쌌다. 물때나 어획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1㎏당 2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허 회장은 “봄에는 ㎏당 4만원쯤 한다”며 “가을에는 주꾸미 몸집이 작아서 ㎏당 12~13마리인 반면, 봄에는 ㎏당 7~8마리 된다”고 말했다.
◇쉽고 재미난 주꾸미 낚시
가을 주꾸미는 낚시로 잡는다. 가을이면 충남 서천 홍원항, 보령 오천항·대천항 등 충남 서해안 일대 항구에는 주꾸미를 잡으려는 낚시애호가들로 북적댄다. 초보들에게도 인기다. 쉽기 때문이다. 흰색 도자기 구슬이 매달린 낚싯바늘을 바닥에 내리기만 하면 주꾸미들이 달라붙는다. 주꾸미가 구슬을 먹이 또는 자기 영역을 침범한 적으로 알고 쫓아내기 위해 달려드는 것이란다. 봄에는 어부들이 소라 껍데기를 줄줄이 매단 기다란 줄을 배에 실어 바다로 가지고 나간다. 바닥에 닿도록 풀어놓았다가 끌어올려 껍데기 안에 든 주꾸미를 잡는다.
오천항에 도착한 오후 3시는 마침 낚싯배들이 돌아오는 때였다. 새벽부터 주꾸미 낚시를 했다는 한 낚시꾼은 “오늘은 입질이 영 별로였다”면서 “평소보다 훨씬 못 잡았다”고 풀 죽은 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아이스박스는, 적어도 3분의 2는 주꾸미로 가득했다. 11월 중순까지는 주꾸미 낚시가 가능하다고 한다.
<조선일보> 서천,보령=김성윤 기자 | 사진=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