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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64% 화상… 피부조직 이식받아 새로운 삶 얻었죠”
지난해 강원도 삼척의 한 교회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가스 불을 켰던 여성은 화마(火魔)로 목숨을 잃었고, 함께 있던 9명의 아이들은 모두 부상을 입었다. 김한빈(14) 군은 사고 현장에 있던 아이들 중 가장 상태가 심각했다. 몸의 절반 이상에 화상을 입었고 얼굴 피부가 녹아 눈 밑의 근육이 보였다.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김군은 119 구급차에 실려 근처의 병원에 갔지만, "치료가 힘드니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가족들은 곧장 김군을 서울로 이송했지만 생명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 때 김 군을 구한 게 누군가가 기증한 피부조직이었다.
화상이 심할 때 제대로 피부이식을 받지 못하면 패혈증이 와 목숨을 잃기도 한다. 피부 이식수술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3도 화상을 입으면 피부의 가장 안쪽인 진피(眞皮)와 피하지방까지 손상돼 피부가 자라지 않는다. 몸이 성장할 때마다 피부 이식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빈이의 아버지 김주현씨는 "한빈이는 지금까지 열세 번 피부이식술을 받았고, 앞으로도 성인이 될 때까지 1년에 두 번 이상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피부가 녹아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는 한빈이의 꿈은 기타리스트다. 아버지 김씨는 기타에 소질이 있는 한빈이를 위해 기타를 주문했는데, 화재 사고로 한빈이가 기타를 칠 수 없게 된 뒤에 배달된 탓에 한빈이는 새로 산 기타를 쳐보지 못했다. 한빈이의 손은 피부이식 수술을 거듭하며 호전되고 있다.
◇인식 떨어져 국내 기증자 부족
국내에는 인체조직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만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해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체조직은 인종 간 적합성이 중요해 자국 내에서 구하도록 권고한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관계자는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인식이 떨어져 국내 기증자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피부는 작년부터 최대 수입국인 미국에서 대형 테러를 대비해 해외 반출량을 줄이는 바람에 더 힘들다"고 말했다.
돼지의 피부로도 피부이식수술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사람이 기증한 피부보다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또한 화상 환자의 경우, 수술 횟수가 많아 필요한 피부가 상대적으로 많다. 실제로 뼈를 기증받는 골육종 환자는 수술이 1~2회로 그치는 반면, 화상 환자는 수십 차례의 수술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김수진 헬스조선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