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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빈곤 피하는 5개 주머니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주택연금 들고 취업해서 건강도 지키며 외로움도 덜어라

지난해 미국 퓨 리서치(Pew Research)의 조사 결과를 보면, 세계 21개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노후 생활에 대한 본인 책임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높은 주거비용과 사교육비에 허덕이는 자식들의 사정을 뻔히 알기 때문에, 노후에 자식들에게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은 것이다. 또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5%로 OECD 회원국 중 1위이며 평균인 11.6%의 4배 이상이다.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려다 보니 실질적인 은퇴연령도 71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에 빈곤의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다섯 개 주머니를 미리 챙겨둬야 한다.

첫째 주머니는 국민연금이다. 직장인은 매월 월 급여의 4.5%와 회사에서 부담해주는 4.5%로 총 9%를 적립하게 된다.

둘째 주머니는 1년을 근무하면 한 달치 평균 급여가 적립되는 퇴직연금이다. 첫째와 둘째 주머니로 기초적인 생활비를 준비할 수 있다.

셋째 주머니는 내 형편에 맞게 적립하는 개인연금이다. 직장인은 연간 400만원까지 13.2%(지방세 포함)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제 적격 개인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저금리와 불안한 주식시장, 부동산 시장 침체 등 투자처가 마땅치 않을 때는 그 가치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자영업자는 세제 혜택은 없어도 10년이 지나면 비과세되는 일반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넷째 주머니는 요즘 새롭게 주목받는 주택연금이다. 살고 있는 집에서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면서 받게 되는 주택연금은 두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총수령액이 보증되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집을 가지고 있는 은퇴자가 장수해서 총수령액이 5억원이 된다면 초과분 2억원은 정부가 책임을 진다. 반대로 3억원을 모두 수령하지 못한 경우 남은 금액은 자녀에게 상속된다.

마지막 주머니는 일석삼조(一石三鳥) 효과가 있는 취업이다. 생계형 취업부터 봉사형 취업까지 일을 하면 어느 정도 금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함으로써 건강이 유지되어 의료비가 절감됨은 물론 은퇴를 1년 늦출 때마다 노후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치매 발병률이 3%씩 줄어든다는 프랑스 국립의학연구원의 2013년 발표 내용도 있다. 또한 직장에서 동료들과 교류를 통해 외로움도 해결할 수 있다.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 부모에게 가장 큰 선물이듯, 노후에는 부모의 경제적 독립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조선일보> 정찬용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