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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석 달씩 12개 나라 여행하며 공부해요

‘세계 여행’을 하면서 수업을 하는 고등학교가 있다. 싱크 글로벌 스쿨(TGS)이란 곳이다. 전교생이 46명인데 이 학교 학생회장이 한국인 조한나(18)양이다. 최근 조양은 TGS를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책 『터미널』(뮤진트리)로 묶어 펴냈다. 직접 찍은 사진들을 추려 지난달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9개국을 거쳐 현재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공부 중인 조양을 e메일로 만났다.

서울에서 태어난 조양은 부모를 따라 LA·상하이·싱가포르 등에서 살았다.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하던 2011년 즈음 인터넷을 통해 TGS를 알게 됐다. 

TGS는 1년에 3개월씩 3개국을 다니며 4년간 12개국을 여행하는 국제학교다. 1년에 3개월은 방학이다. 본부가 미국 뉴욕에 위치해 있는 TGS는 2010년 뉴질랜드 출신 사진가 조앤 맥파이크가 홈스쿨링으로 공부하는 아들을 위해 설립했다. 수업료와 체재비를 포함한 연간 학비가 7만9000달러(약 8800만원) 정도로 매우 비싸지만 다수의 학생이 장학금을 받는다. “그냥 교실에 앉아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되기는 싫었다”는 게 조양의 진학 동기다. 성적표와 선생님 추천서, 자기 소개 에세이와 동영상 등을 제출하고 마침내 입학이 결정됐다.

2011년 9월 8일, 에콰도르 쿠엥카에서 첫 학기가 시작됐다. 집과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친구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수업은 TGS와 자매결연을 맺은 현지 학교에 가서 듣는다. 모두 영어로 이루어진다. TGS에 소속된 교사들도 있다. 학생들은 이들로부터 스페인어·중국어를 의무적으로 배워야 한다. 지루해질 틈이 없다는 게 조양이 꼽는 이 학교의 장점이다. 갈라파고스 섬에 가서 핀치 새를 관찰하고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공부하는 식이다. 그렇게 태국·독일·아르헨티나·부탄·미국·인도·탄자니아·일본을 거쳐 지난 9월 뉴질랜드로 왔다.

집에서 오랫동안 떠나 있다 보니 학교를 함께 다니는 동급생과 선·후배들이 서로의 부모이자 형제자매다. 국적이 다양해 서로 배우는 것도 상당하다. 예를 들면 가자지구에서 나고 자란 아낫으로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역사에 대해 배운다. 가자지구에 폭탄이 떨어진 날이면 조양은 밤새 아낫을 위로한다. 그런가 하면 녹슨 탱크를 가지고 어린 시절을 보낸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신의 자웨드도 있다. 미국 공항 출입국 심사 때마다 자웨드는 카불에 있는 집에 대해 ‘취조’를 당한다. 그래도 화내는 법이 없고 오히려 차분하기만 하다. “공부를 하면서 다양한 문화에 노출이 되는데, 다들 나이가 어린 편이라 뭐든지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요. ‘수험생’이 아니라 ‘사람’ 되는 법을 배워 나가는 것 같아요.”

내년에 코스타리카·그리스를 거쳐 5월에 IBDP 시험을 보면 졸업이다. 조양은 이후 미국 대학에 진학해 국제관계를 공부할 예정이다. 사실 조양은 어려서부터 여러 도시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TGS를 선택했다고 한다. 스스로를 정말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여행을 통해 ‘자아’를 확립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답은 없다는 게 제가 내린 결론이에요. 대신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찾았어요. 그래서 미래가 두렵지 않아요.”

<중앙일보> 위문희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